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이 28일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에게 2억원을 지원한 사실을 시인함에 따라 검찰수사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곽 교육감은 대가성이 없었다며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검찰은 소환을 서두르고 있다. 검찰은 곽 교육감과 박 교수에게 돈을 전달한 곽 교육감의 친구 K교수를 출국 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곽 교육감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직위를 잃게 된다.

◆곽 교육감 "2억원 줬지만 대가성 없어"

곽 교육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취임 이후 선거와 무관하게 박 교수의 딱한 사정을 보고 선의의 지원을 한 것도 후보직 매수 행위로 취급해야 하냐"고 항변했다.

그는 "공권력은 명확한 검을 휘둘러야 한다"며 "이번 일은 전인격적 판단에 기초한 최선의 조치였고 이것이 범죄인지 아닌지,부당한지 아닌지,부끄러운 일인지 아닌지는 사법당국과 국민의 판단에 맡기겠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정치적 의도가 반영된 표적 수사"라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내가 이른 바 진보교육감,개혁성향의 인물이라는 이유로 항상 감시가 따랐다"고 말했다.

◆"일반인들 납득 어려워"

검찰은 그러나 곽 교육감이 교육감 선거후보 사퇴를 전제로 박 교수에게 금품을 제공한 것으로 보고 공직선거법 위반(후보자에 대한 매수 및 이해유도죄) 혐의 적용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후보등록을 마쳐 선거기탁금 5000만원을 돌려받지 못한 박 교수를 위해 곽 교육감이 선거비 보전 명목으로 돈을 건넸을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특히 박 교수가 올해 6월 서울시교육청 소속 서울교육발전자문위원회 자문위원에 위촉된 것도 후보단일화에 대한 대가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서울교육발전자문위원은 교육계 인사들이 탐내는 자리다.

판례도 대체로 대가성을 넓게 인정하는 추세다. 재직 당시 교육청 간부 등으로부터 1억46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공정택 전 서울시 교육감은 "지인이나 제자한테 조건 없이 선거자금을 빌렸고,교감이나 교장한테 받은 돈도 대가성과 무관한 격려금"이라고 주장했으나 올해 2월 징역 4년의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고 교육감 지위를 상실했다. 로펌의 한 변호사도 "선의로 2억원을 줄 사람이 얼마나 있겠나. 일반인이 봐서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검찰 "공소시효 임박…수사 불가피"

검찰은 이르면 이번주 중 곽 교육감을 소환해 대가성 여부를 확인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보복수사'라는 지적에 대해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투표일 전까지 외부 수사를 극도로 자제하는 등 보안을 유지해왔다"며 "주민투표도 끝났고,선거사범의 공소시효가 6개월이라 시효가 임박한 상황에서 외부수사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검찰은 28일 오전 박 교수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이달 초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수사 자료를 넘겨받았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