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카다피'체제의 경제재건 사업에 참여하려는 다국적 기업들의 각축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리비아 시민군 측이 2주 안에 원유수출 재개 입장을 밝힌 가운데 상당수 기업들이 시민군 지도부와 사업 재개를 위한 접촉을 시작했다. 산업 전문가를 리비아에 급파한 업체도 적지않다. 무아마르 카다피 집권 기간 맺었던 기존 사업계약을 유지하고 대규모 전후복구 사업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포석이다.

◆시민군 "2주 안에 원유수출 재개"

로이터통신은 25일 "리비아 시민군 측이 2주 내에 원유수출을 재개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리비아 과도국가위원회(NTC)의 알리 타르후니 재무 · 석유장관은 "국영석유공사(NOC)의 예측에 따르면 2~3주일 내로 하루 약 50만~60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2주 안에 원유수출이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1년 안에 하루 160만배럴을 생산하는 정상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며 "리비아 유전의 90% 이상이 거의 정상가동이 가능할 정도로 미미한 피해만 입었다"고 설명했다. 리비아 원유 생산량은 올해 3월 나토공습 이후 하루 5만배럴 수준까지 떨어졌다.

NTC는 이와 함께 29개국 및 7개 국제기구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터키 이스탄불에서 해외 동결자산 환수 협상을 갖고,서방국들에 의해 동결된 카다피 정권 도피자산 중 25억달러를 이달 말까지 돌려받기로 합의했다.

◆유럽기업들 각축전

시민군 측이 석유 증산과 해외 동결자산 환수를 통해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보임에 따라 대규모 재건사업에 참여하려는 다국적 기업들도 바빠졌다. 리비아와 정치 · 경제 · 지리적으로 밀접한 유럽 기업들의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독일 경제일간 한델스블라트는 25일 이탈리아의 석유회사인 에니가 내전이 종료된 뒤에도 리비아 석유 생산에서 '넘버 원'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석유생산 기술지원팀을 리비아에 급파했다고 보도했다. 에니의 지분 30.3%를 보유한 이탈리아 정부도 외교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는 "리비아 정정 안정을 위해 3억5000만유로 규모 리비아 동결자산에 대한 규제를 이른 시일 내에 해제하겠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토탈과 BP,로열더치셸,코노코필립스,렙솔 등 주요 에너지 기업들은 "사업재개 시점을 밝히긴 곤란하다"면서도 앞다퉈 시민군 측과 리비아 재진출을 위해 접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리비아 석유 생산의 10%를 맡아온 오스트리아 OMV는 석유생산 시설 피해가 거의 없어 수개월 내 공장 '풀가동'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기술팀을 파견키로 했다. 자회사 빈터샬을 통해 리비아 8개 유정에서 석유를 생산하고 있는 독일 바스프 역시 석유 재생산 준비를 마쳤다.

대수로 사업에서 수자원공급 부문 생산을 담당해온 지멘스는 독일 정부가 나토 공습에 빠지는 등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데에 비판적인 입장을 밝히고 인프라 사업 재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독일 건설업체 빌핑거베르거는 트리폴리 인근 고속도로 건설사업 준비를 위해 24명의 건설전문가를 리비아에 급파했고,트리폴리 천연가스발전소 건설사업도 이른 시일 내 재개한다는 입장이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