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드레스는 신부님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아요"

기대에 부푼채 찾아간 웨딩플래너와 상담중 이런 말을 듣는다면 신부의 기분은 어떨까.

이것도 모자라 "나이도 있으시니 여기서 더 다이어트 하셨다가는 늙어보여요. 운동하지 마세요"라고 직설적인 지적까지 받는다.

'흥 어디 웨딩업체가 여기 뿐인가'라며 돌아서 가버린 신부.

그러나 다른 업체 상담을 다녀본 그 신부는 결국 며칠뒤 자신에게 혹독한 말을 내뱉었던 웨딩플래너를 다시 찾아왔다. 오히려 결혼식 준비가 마무리될 시점에서는 자신에게 꼭맞는 셋팅을 해준 플래너에게 "너무 고마웠다"는 감사의 인사도 잊지 않는다.
[인터뷰] 신부들 사이에 입소문난 똑똑한 웨딩플래너, 김경애씨의 성공 비결은?
청담동에 위치한 SBS웨딩클럽의 김경애 웨딩플래너.

대기업 건설회사의 비서로 일하던 그가 웨딩플래너로 전향하게 된 것은 5년전.

파티플래너 친구가 주최한 웨딩파티에 참석한 뒤 웨딩설계에 대해 매력을 느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똑부러지는 성격때문인지 업무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고 그를 만나본 신부들은 친구에게 소개해주길 주저하지 않아 지금은 회사 매출기여도 면에서 톱을 다툰다.

김경애 씨는 "보통 여성분들이 가장 친한 친구와 결혼 준비에 대해 가장 많은 얘기를 나눌 것 같지만 실상은 안그래요. 자신의 결혼예산이 노출되는 것을 꺼리는데다 친구들 중에서도 내가 가장 돋보이고 싶기 때문에 정보를 공유하지 않아요. 웨딩플래너에게 전적으로 의존하고 상담하는거죠"라고 말했다.

보통 웨딩업체에서는 드레스, 뷰티, 촬영등의 패키지를 이용하게 된다. 본인이 정한 예산 한도내에서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고 결혼식날 돋보일 수 있는 아이템을 선정하는 것이 관건이다.

웨딩플래너는 신랑 신부와 상담을 하긴 하지만 주로 상대하게 되는 것은 신부다. 모든 결정권을 대부분 신부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한눈에 봐도 스타일리시하고 똑소리나는 김경애 씨는 신부들이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들이 원하는대로 설계를 해주지 않기로 유명하다.
[인터뷰] 신부들 사이에 입소문난 똑똑한 웨딩플래너, 김경애씨의 성공 비결은?
웨딩전문가 입장에서 조언하고 어울리지 않는 스타일을 선택했다 싶으면 어떤 이유로 맞지 않는지 설명한다.

물론 원하는대로 해주는 것보다 힘은 2~3배 더 들지만 성취도가 높고 무엇보다 신부도 만족도가 높다. 이런이유로 친구 따라 상담을 왔던 한 여성은 이미 다른 업체에 계약해 놓은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김경애 플래너를 선택하기도 했다고.

김 씨는 "웨딩플래너가 해주는 것이 드레스와 메이크업이 다가 아니에요. 이미 결혼준비에 대한 예산을 어느정도 알고 있기 때문에 피부가 너무 안좋은 경우에는 예산에 맞는 피부과를 추천해주기도 하고 신혼여행지도 권하기도 해요"라고 말했다.

결혼을 준비하며 예비신랑 신부가 싸우는 것을 보는 일은 부지기수.

결혼을 앞둔 신부는 극도로 예민한 상태기 때문에 별거 아니라고 생각되는 말에도 쉽게 서운함을 느끼기 쉽다.

특히 결혼에 대해 남성의 관심은 허니문, 가전제품, 집 등에 집중돼있기 때문에 드레스, 뷰티 등에 쏟는 여성들의 관심이 자질구레하게 느껴질수도 있다.

드레스를 입고 한껏 기대에 부풀어 나온 예비신부에게 무심히 '아무거나 다 예뻐' 또는 '겨드랑이 살 삐져나왔네' 등의 발언을 했다가는 두고두고 원망듣게 된다.

이런경우 큰 싸움으로 번지지 않기 위한 팁도 밝혔다. "섭섭해도 꼭 짚고 넘어가지 말자"

상대방의 태도나 말투 중 맘에 안드는 부분이 있더라도 그 당시 지적하지 않고 넘어가면 이후 여유가 생긴 다음에 봤을땐 아무것도 아닌 일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웨딩플래너가 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결혼식은?'이라는 질문에 김 씨는 55년생 동갑내기 부부의 늦깎이 결혼식을 꼽았다.

가정형편상 식을 올리지 못하고 20년 넘게 살아온 부부는 두명의 아들의 축하를 받으며 뒤늦은 결혼식을 올리게 됐는데 아들이 주례를 보고 남편은 아내에게 노래를 불러주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게 보였다는 것.

결혼 그 이상의 감동을 경험한 날이었다.

최근에는 결혼식 트렌드도 변화무쌍하다. 개인적 취향에 따라 호감도가 다르긴 하지만 연예인 누구누구가 입었다는 소식이 들리면 비슷한 스타일의 드레스가 유행을 선도한다.

"가장 큰 붐을 일으켰던 건 한가인 드레스였어요. 최근에는 고소영의 꽃모티브 느낌도 많이들 찾으세요. 특히 라인이 드러나는 드레스를 좋아들 하셔서 로우웨이스트 머메이드 라인이 큰 인기죠"라며 최신 트렌드에 대해 밝혔다.

"영국 왕실 결혼식 이후에는 레이스 소재도 사랑받고 있어요. 그렇지만 그 드레스스타일은 유럽인처럼 얼굴이 작고 목이 길어야 어울리는 스타일로 우리나라 체형에 어울리기는 좀 힘드니 자제해주세요"라고 당부도 잊지 않았다.

메이크업에도 유행이 많지만 최근에는 투명하거나 촉촉히 반짝이는 물광메이크업이 주종을 이룬다. 간혹 세미스모키 화장을 해달라는 주문도 많다고.

직업적인 면에서 어떠냐는 질문에 "웨딩플래너는 시간이 자유롭고 일을 오래도록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적성에만 맞는다면 일반 기업에 다니는 것보다 고소득을 보장받을 수도 있다.

김 씨의 경우 5년전 비서일을 하던 당시 2천만원대였던 연봉에서 지금은 4배이상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가끔 웨딩플래너를 존중하지 않는 분들이 있어 자존심상할때도 있고 말도안되는 컴플레인을 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이런걸 극복할 수 있다면 그 어느일보다 성취도가 높고 재미있는 일이에요. 특히 결혼을 앞둔 아름다운 신부들을 매일매일 만난다는 게 얼마나 즐거운데요"

후회없는 결혼준비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평생 한번 뿐인 결혼이니 내가 가장 예뻐보일 수 있도록 무리가 되지 않는선에서 가능한 투자하세요. 싸울일이 생기더라도 서로 입장에서 이해하려 노력하세요. "

한경닷컴 이미나 기자 helper@hankyung.com/사진 변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