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마을.700여가구에 1800명이 모여 사는 전형적인 농어촌 마을인 이곳이 4년째 시끄럽다.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놓고 시민단체 · 일부 주민과 경찰이 연일 대치하고 있다. 반대파 수십명이 컨테이너와 천막,텐트에서 생활하면서 해군기지 건설을 가로막아 1조원짜리 국책사업은 9년째 표류하고 있다. 이자 비용만 한 달에 59억원이 들면서 도롱뇽 보호 논란으로 고속철 건설 비용이 급증한 '천성산 사태'가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논란의 발단은

논란의 시작은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해양수산부는 해군이 서귀포시 화순항을 해군기지 최적지로 선정했다. 화순리 주민들이 강력 반발했고,해군은 2005년 9월 사업대상 지역을 위미리로 변경했다. 위미리 주민들 역시 반대하자 2007년 당시 김태환 제주지사는 강정마을을 해군기지 최우선 대상지로 선정했다.

도민 1500명에게 해군기지 유치 여부를 물은 결과 찬성이 54.3%로,반대(38.2%)보다 많았다. 그렇지만 반대 측이 여론조사 표본의 주민대표성과 객관성 문제 등을 제기하며 거세게 반발하자 정부는 이듬해 9월 해군기지에 관광미항과 크루즈항 기능을 가미한 민 · 군 복합항을 건설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25일 해군에 따르면 제주기지사업단은 2014년까지 총 사업비 9587억원을 들여 민 · 군 복합항을 건설할 계획이지만 반대파들의 시위로 부지를 수용하고 현장 사무소만 설치한 채 지난 6월부터 공사가 중단됐다. 공사가 끝나면 이지스함 등 전투함(20여척)과 잠수함,배수량 15만t급 크루즈 선박 2척이 동시에 접안할 수 있다.

◆"정치 투쟁화"

반대 측은 국방부가 환경영향 평가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군사시설 실시계획을 승인했다며 원점으로 돌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는 미사일방어(MD) 능력을 갖춘 미 해군 이지스함이 제주 기지에 기항하면 중국의 반발로 불필요한 긴장이 조성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용대 국방부 전력정책관은 "주민보다 외부단체에 의한 반대활동이 주도적으로 이뤄져 이념화,정치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동북아시대위원장을 지낸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제주가 혼자 평화지대로 남을 수 없다"며 "전략적으로 해군기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갈등은 한마을 주민조차 둘로 갈랐다.

이은국 제주기지사업단장은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주민과 호형호제하던 사이였지만 지난 4월 공사 중단을 외치는 시민활동가 등 외부세력이 합류하면서 주민과 사이가 멀어졌다"고 말했다.

급기야 지난 24일 경찰이 마을주민과 시민단체 관계자 등 5명을 연행하는 과정에서 경찰 차량이 7시간 이상 시위대에 억류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송양화 서귀포 서장을 전격 경질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