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경제부가 삼성 LG 등 국내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우리나라만의 독자적인 운영체제(OS) 개발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애플 구글 등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웹 기반의 오픈형 OS를 만들겠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미 치열한 경쟁에 돌입한 OS 시장에 정부가 직접 뛰어들어 뭘 어쩌자는 것인지 그 발상부터 너무 황당하다. 설사 그렇게 해서 OS를 개발한다고 해도 시장에서 성공한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우리만의 OS를 만든다는 것이 그럴 듯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그런 식의 IT 정책이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일본이 잘 보여주고 있다. 일본은 자신들의 IT 표준을 고집하다 결국 글로벌 시장에서 고립되는 결과를 자초하고 말았다. 우리도 그런 실패를 겪었다. 정보통신부 시절 모바일 플랫폼 표준규격이라고 만든 위피(WIPI)가 대표적 케이스다. 정부는 모든 휴대폰에 위피 탑재를 의무화했고,이는 해외 휴대폰의 국내 진입에 장벽으로 작용했다. 그 때문에 통상마찰이 발생한 것은 물론 스마트폰 시대에 우리가 결정적으로 뒤져 더 큰 손실을 입었다. 아무리 정부가 표준을 강요해도 시장을 이길 수는 없다. 글로벌 IT 시장은 '사실상의 표준(de facto standard)'이 대세이고,지금 모바일 OS도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모르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지식경제부가 뒤늦게 호들갑을 떨어서 해결될 일도 아니다. OS 개발을 위해 3년간 30억~50억원을 투입한다고 하지만 어림없는 얘기다. 한번 실패해 놓고도 비슷한 정책을 들고 나오는 것 자체가 시장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한다는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명박 정부 들어 정통부를 없앤 탓이라고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우리가 더 일찍 시장의 흐름을 타지 못했다는 데 있다. 관 주도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정부 만능주의가 오늘날 한국 IT산업의 위기를 초래했다. 혁신은 경쟁의 산물이다. OS개발은 기업에 맡기고 정부는 반시장적,반기업적 정책과 규제를 걷어내고 소프트웨어 인력양성 체계를 바로잡는 데 진력해야 한다. 기업이 정부에 바라는 건 바로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