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의 광고영업 활동 규정을 담은 미디어렙(방송광고대행체제) 법안의 8월 국회 처리가 사실상 무산됐다. 공영 방송광고의 판매대행 관련 미디어렙이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은 지 3년이 다 됐지만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는 아직도 대체 법안을 만들지 못했다. 하반기부터 종편의 개별 광고영업이 시작되면 중소 언론사들이 극심한 영업난에 시달릴 게 뻔해 정치권의 직무유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국회에 따르면 한선교 문방위 한나라당 간사 겸 법안심사소위 위원장은 법안 처리 일정도 잡지 않은 채 다음달 1일 KBL 프로농구연맹 총재로 취임한다. 소위원장 자리도 넘긴다. 지난 6월 한 위원장의 KBS 수신료 인상안 강행 처리 시도와 불법 도청 의혹으로 국회는 파행을 거듭했고,자연히 미디어렙법 논의도 중단됐다.

민주당도 법안 처리 의지가 없긴 마찬가지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한나라당이 법안심사소위 일정을 잡지 않는 꼼수로 파행을 유도하고 있다"며 "한선교 법안심사소위 위원장은 사퇴하라"고 공세를 폈다. 그는 "가뜩이나 언론의 공공성이 악화된 현재 상황에서 미디어렙법 규제를 받지 않는 종편들이 직접 광고영업에 뛰어들게 되면 언론계 전체가 약육강식 정글로 전락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런 주장과 달리 여야 원내대표단은 이미 한 위원장의 KBL 총재 취임에 맞춰 허원제 한나라당 의원에게 소위원장직과 간사직을 넘기는 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한 위원장의 체면을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종편의 자율 광고영업 허용을 바라는 한 위원장의 이임을 9월로 넘기기로 한 것은 8월 국회 내 미디어렙법을 처리할 의지가 없다는 방증인 셈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뒤늦게 "미디어렙법을 온몸을 던져서 처리한다는 게 당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도 미디어렙법 처리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였지만 형식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문방위 소속 의원들은 "미디어렙법 8월 국회 처리는 물 건너갔다"고 말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