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2'로 재미를 봤던 소니가 2001년 말 예기치 않은 손실을 입었다. 네덜란드에 출시한 제품에서 법정기준치를 초과한 카드뮴이 검출됐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정부는 플레이스테이션2의 출하를 정지시켰고,이로 인한 소니의 손실은 2000억원에 달했다.

이후 소니는 협력 업체를 대상으로 자체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는 '그린 파트너' 제도를 도입했다. 여기에 선정되지 못한 업체와는 거래를 중단했다. 친환경 부문에서 경쟁력 있는 기업만이 소니와의 거래에서 우위를 선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정부의 환경 규제가 점점 강해지고 여론,투자자,주주 등도 친환경 기업이 될 것을 요구하는 게 최근 추세다.

'저탄소 녹색성장' 규제는 전 세계 기업의 경영 전략을 변화시키고 있다. 기업들은 탄소 규제가 강화되는 트렌드에 맞춰 연구 · 개발(R&D)을 하기에 분주하다. 미국 '산업연구소(Industrial Reserach Institute)'가 발표한 '2011년도 R&D트렌드'에는 "올해엔 혁신에 대한 관심이 증폭됨에 따라 R&D 투자금액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내용이 나와 있다. 하루가 바쁘게 새로운 아이템이 등장하고 신문에는 기업들의 연구활동이 꾸준히 보도되고 있다. R&D 열풍시대다.

세진그룹 역시 끊임없이 신사업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상무인 필자의 주도하에 리튬 2차전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석유자원의 고갈과 탄소 규제에 대비해 차세대 에너지 신규사업으로 매력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걱정도 된다. 신사업은 많은 투자비와 시간,기존 업체들과의 경쟁,제품의 빠른 수명주기 등을 안고 가야 하기 때문에 리스크가 크다. 앞날을 예측하기도 어렵다. 기존의 신사업이 그러했듯 상승곡선도 있지만 예상치 못한 하강곡선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녹색성장이 대세인 지금 이런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신사업을 마다하는 건 현명한 일이 못 된다. 녹색 기술에 대한 니즈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여기에 한발 빠르게 대응하는 기업이 성장할 수밖에 없다. 기업의 역사는 끊임없는 도전의 역사였다. 도전은 기업에 필연이고 숙명이다. 도전정신이야말로 기업가정신의 핵심이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제너럴일렉트릭(GE)이 2004년 친환경 인프라스트럭처 부문을 키우겠다고 했을 때 전문가들은 "1980년대 이후 가장 대담하고 위험한 전략"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GE는 소신을 굽히지 않고 정확한 시장조사를 바탕으로 과감한 투자 결정을 내렸다. 결과는 주력 사업을 친환경 인프라로 바꿀 만큼 대성공이었다. GE는 2008년 친환경 인프라 부문에서 순이익 60억달러를 벌어들였다. 필자도 친환경 기술의 이런 가능성을 믿고 첫 발자국부터 최선과 열정을 다하려고 한다. 수많은 난관에 직면하겠지만 피하지 않고 이겨낼 것이다. 긍정의 기운을 안고 한발 한발 탄탄히 딛고 올라서려 한다. 그러다 보면 결국 정상에 설 수 있다고 믿는다.

윤지현 < 세진중공업 상무 apriljihyun@sejinheav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