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금이 미국 국채와 금 등 안전자산으로 쏠리고 있다. 미국 국채(10년물)수익률과 물가상승률의 차이가 점점 더 벌어지며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지만 미국 국채의 인기는 치솟고 있다. 미국 국채의 금리는 18일 연 1.97%로 6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지난 7월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월보다 0.5%포인트 오른 3.6%를 기록했다. 재정위기 국면에 처한 국가의 경우 통상 국채가격이 떨어지고 금리가 상승하지만,미국 국채의 금리가 떨어지는 것은 그만큼 돈이 갈 곳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이클 페롤리 JP모건체이스 이코노미스트는 "투자가들이 (미 국채가) 마이너스 수익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앞다퉈 미 국채를 사들이고 있다"며 "이는 미국과 세계 경제가 앞으로 더욱 나빠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월스트리트의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글로벌 경제가 "위험스러운 경기 침체에 다가서고 있다"고 경고하면서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당초 전망치 4.2%에서 3.9%로 내렸다.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도 4.5%에서 3.8%로 낮췄다. 선진국의 올해 성장률은 당초 1.9%에서 1.5%로,신흥국가들은 6.6%에서 6.4%로 각각 낮췄다.

이런 가운데 독일과 일본의 국채도 급등했다. 이날 유럽 시장에서 독일의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전날보다 0.14%포인트 하락한 연 2.06%에 거래됐다. 장중 한때 사상 최저치인 2.03% 수준까지 근접한 것이다. 도쿄외환시장에서 일본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장중 한때 전일 종가에 비해 0.013%포인트 떨어진 0.99%까지 하락했다. 이는 올 들어 최저 수준으로 10년물 수익률은 나흘 연속 하락세다. 2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0.03%포인트 떨어진 1.76%를 기록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미국이 일본의 1990년과 너무도 흡사한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며 "이처럼 저성장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일본처럼 1% 밑으로 떨어지지 말란 법이 없다"고 말했다.

사노 가즈히코 미즈호 인베스터 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경제 성장 전망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며 "10년물 수익률이 0.9%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값은 온스당 1822달러를 돌파하며 다시 최고치를 경신했다. 런던시장에서 12월 인도분 금은 전날 종가보다 온스당 1.6% 오른 182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