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증권그로쓰스팩과 썬텔의 합병에 다시 빨간불이 들어왔다. 지난 6월 합병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혔던 기관 투자자들이 다시 반대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특히 최대지분을 보유한 기관투자자 마저 당초 찬성에서 반대 입장으로 선회해 이번 합병상장은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전날 대신스팩의 최대주주인 유진자산운용(149만4306주·지분 13.63%)은 합병승인 안건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유진자산운용은 지난번 의결권 행사에서는 다른 주요 기관 투자자와 달리 찬성표를 던졌으나 이번에는 입장을 달리했다.

지난 6월 반대표를 던졌던 드림자산운용(73만481주·지분 6.66%)과 KTB자산운용(81만4주·지분 7.39%)은 지난 6월과 동일하게 반대표를 행사했다. 이날 현재까지 다른 집합투자업자들은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은 상태다.

이번에 반대표가 행사된 지분은 총 발행 주식수 대비 27.68%(303만4791주)에 해당한다. 5% 이상 주요주주의 지분율(40.83%)과 비교해서는 70% 수준이다. 최대주주인 유진자산운용과 2대 주주로 등록된 KTB자산운용이 반대표를 던짐에 따라 다른 기관들의 움직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5% 이상 주요 주주로 등록된 나머지 기관은 현대스위스상호저축은행(7.30%)과 과학기술인공제회(6.39%) 등이 다. 이 두 기관은 지난 6월에도 합병과 관련해 특별한 입장 표명 대신 논의 중이라는 원론적인 태도를 나타냈다.

오는 25일 주총을 앞두고 주요 기관들이 반대표를 던진 이유는 이미 지적됐던 썬텔의 가치평가에 대한 불만과 최근 시장 상황 불안으로 인해 합병 이후 주가 상승을 담보할 수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합병 대상 비상장사인 썬텔과 대신스팩의 합병비율은 1대 2.083으로 고평가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또 동종업체 기업들의 주가가 증시 하락으로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이 많이 낮아진 상태라 썬텔과 대신스팩과의 합병 이후 주가 흐름에 대해서도 낙관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최근 증시 급락으로 대신스팩의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가를 크게 밑돌고 있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이날 종가는 1705원으로 공모가(2000원)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2007원)을 크게 하회하고 있다. 기관투자자들이 합병을 반대하고 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현재 주가 보다 17.7% 높은 가격에 주식을 팔수 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합병 대상 기업인 썬텔의 기업가치를 낮춰서라도 기관들을 설득하려고 했으나 썬텔 측이 합병 비율 조정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 이 조차도 여의치 않게 돼 기관을 돌려세우지 못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최근 주가가 많이 하락해 부담감이 큰 상황이나 주총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며 "마지막까지 결과를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스팩은 3년 이내에 합병을 성사시키지 못하면 관련 규정상 청산 절차를 밟게 된다. 지난해 설립된 대신스팩의 경우 아직 2년여의 시간이 남아 있다. 다만 주총에서 합병이 부결되면 거래소로 부터 합병 심사 승인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

한편 최근 스팩 시장은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폭락장에서 주가가 급락한 상황 뿐만 아니라 조기 청산과 합병 승인 취소 등 악재가 연거푸 터지고 있다.

부국퓨쳐스타즈스팩은 지난 9일 한국거래소로부터 합병상장예비심사 승인을 받지 못해 정보통신보안업체인 프롬투정보통신과의 합병이 취소됐다고 공시한 바 있고, 한양B.H.E스팩도 기관 투자자들의 참여 저조로 지난 6월 공모를 철회했었다.

올해 스팩이 상장을 철회한 경우는 리딩밸류제1호스팩(리딩스팩)에 이어 한양스팩이 두 번째다. 최근에는 이트레이드SBI스팩이 이사회를 개최해 자진 청산을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경닷컴 최성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