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횡령범의 계좌에 남아 있는 게 뻔히 보이는데도 못 돌려받으니 분통이 터집니다. "

지난달 유상증자 청약금 122억원을 횡령당한 네프로아이티의 투자자들은 사건 발생 후 3주가량 지나면서 횡령금 소재가 파악되고 있지만 여전히 89억원을 돌려받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심지어 네프로아이티의 경영권을 인수하기로 했다가 청약증거금만 횡령해 잠적한 박태경 전 만다린웨스트 부사장 계좌에도 23억원이 남아 있지만 회사 측은 이를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

박 전 부사장은 122억원 가운데 30억원가량을 자신의 계좌로 이체한 뒤 나머지 돈은 굿모닝헬스팜을 비롯한 제3자에게 보냈다. 90억원의 횡령자금이 흘러 들어간 굿모닝헬스팜은 박 전 부사장이 지난달 인수 계약을 체결한 전남지역 실버타운 개발업체다.

박 전 부사장은 이 회사 계좌에서 51억원을 다시 다른 사람들의 계좌로 빼돌렸으며 이 중 9억원가량은 자신의 계좌로 입금시켰다.

경찰 수사 결과 박 전 부사장의 계좌에 들어간 39억원 중 16억원가량이 출금됐으며 나머지는 계좌에 남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굿모닝헬스팜 계좌의 39억원을 비롯해 관련 계좌에 남아있는 돈이 70억원 가까이 되지만 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네프로아이티 관계자는 "계좌 주인이 자발적으로 회수에 동의하지 않으면 일단 입금된 돈을 넘겨받기 쉽지 않다"며 "부당이득 반환청구 소송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이 경우 시간이 6개월 정도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주들은 네프로아이티와 횡령금 반환에 소극적인 굿모닝헬스팜을 공범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굿모닝헬스팜 대표 고모씨는 "박 전 부사장에게 회사 매각 대금을 받지 못했다"며 "네프로아이티가 요구하면 매각 대금 2억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돌려줄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