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無)폴 주유소 확대,대형마트 주유소 설치 기준 완화 등에 이어 지식경제부가 이번엔 일본 등 외국산 석유 제품을 수입하겠다고 나섰다. 이를 위해 이달 초 환경부와 성능 및 환경 기준을 조정하는 작업에도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반응은 시큰둥하다. 기름값이 상승할 때마다 나온 아이디어를 되풀이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무시하는 분위기까지 감지된다. 석유제품 수입 확대 계획은 기름값이 사상 최고치를 오가던 2008년에도 기획재정부,환경부,지경부 등이 모여 논의했다가 옥탄가 조정 등에 따른 환경 문제가 불거지면서 슬그머니 폐기됐다.
국내 보통 휘발유의 옥탄가 기준은 91 이상으로 89 이상인 일본에 비해 높고,벤젠함량 기준은 0.7% 이하로 일본의 1.0% 이하에 비해 까다로워 일본 제품을 그대로 국내에 들여오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산소도 국내는 0.5~2.3%로 최소 함량 기준이 있지만 일본은 1.3% 이하 기준만 있어 일본 제품을 들여오려면 최저 기준을 없애야 할 판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들이 산소 함량을 맞추기 위해 넣는 첨가제인 MTBE는 소량으로 구매하기 힘든 제품이라 영세업자들이 만드는 유사 휘발유를 잡아내는 데 유용했다"며 "이 기준이 없어지면 유사 휘발유를 구분하기 힘들어져 시장에 가짜가 판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중경 지경부 장관이 지난달 말 꺼내든 수입 제품을 국내에서 재처리하는 방안도 실현 가능성은 낮다고 업계는 입을 모았다. 국내엔 정유 4사 외에는 대규모 처리 설비를 갖춘 곳이 없는 데다 석유제품 수입을 위해 따로 공장을 짓는 것도 수지 타산을 따질 때 불가능한 시나리오이기 때문이다.
'물가 안정'이라는 정책과제를 위해 지경부가 재탕,삼탕 대책을 계속 꺼내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 환경 기준을 맞추기 어려워 기름 수입이 쉽지 않은 점을 뻔히 알면서도 '뭔가 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무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보여주기 위한 '앵무새 대책'이나 정유사들을 향해 "피눈물을 쏟을 것"이라고 협박하기보다는 현실적 대안을 찾아 풀어가려는 노력이 필요한 때다.
조재희 산업부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