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한나라당 의원을 주축으로 한 범현대가 그룹들이 5000억원을 출연해 사회복지재단인 아산나눔재단을 출범시키기로 했다. 특히 정 의원은 개인재산 2000억원을 이 재단에 기부할 방침이다. 아산나눔재단은 고(故)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의 도전 정신과 개척 정신을 본받아 양극화 해소와 청년 창업정신을 고취시키는 사업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리는 아산나눔재단이 지향하는 철학에서 기업 이윤의 단순한 자선적 환원이 아니라 기업과 사회가 함께하는 상생 투자의 일면을 발견한다. 더욱이 기업 자금 위주로 설립됐던 다른 재단과 달리 오너들의 사재 출연이 절반 이상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기부의 진정성을 확인하게 된다.

기업이나 법인,국가 등이 영혼이나 도덕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은 확고한 명제다. 자비나 공감 같은 도덕적 가치들은 온전히 자유의지의 주체인 개인에 속해 있다. 기부는 결국 개인의 자발적인 동기나 소명 의식에서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아산나눔재단의 탄생도 정몽준 의원의 이 같은 평소 소신에서 출발한 것이다. 사실 유달리 개인 기부가 적은 것이 미국 등 서구와는 다른 한국의 풍토였다. 차제에 정부는 개인의 기부를 적극 유도할 수 있는 정책을 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도 기부는 개인이 해야한다고 강조해왔던 터다.

우리나라의 법적 현실은 개인의 기부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정도로 엄격한 것이 사실이다. 완전히 벌거벗고 내지 않으면 인정하지 않겠다는 식의 기부관련 세제가 운영되고 있다. 의결권 있는 주식의 5% 이상을 아예 공익재단에 출연할 수 없도록 한 것이나 공익재단 주식의 의결권 행사를 부인한 것 등이 모두 그렇다. 이런 풍토에서는 누구도 자발적 기부를 결심하기 어렵다. 이런 천사 아니면 말고 식의 조항들은 손질돼야 마땅하다. 출연재산 사용에 대한 규제도 대폭 개선해야 한다.

그래야 한국의 워런 버핏도 가능하다. 버핏은 세금 없이 상속하는 방법으로 기부를 택했고 기부 자산에서 나오는 수익으로 자선사업을 벌인다. 록펠러 재단이나 빌 게이츠 재단도 마찬가지다. 천사가 아닌 인간에 걸맞은 기부제도를 마련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