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매출 5500억 키운 금 도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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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안모 한국귀금속쓰리엠 대표 "투기 유혹 뿌리친 게 업계 1위 비결"
김안모 한국귀금속쓰리엠 대표(42 · 사진)는 회사가 일취월장 성장한 비결을 이렇게 설명했다. 금 도매업체 한국귀금속쓰리엠은 문을 연 지 2년 만인 2007년에 업계 1위에 올랐다. 2008년 6월에 1호점을 연 금 매입 브랜드 '순금나라'가 현재는 70여 지점으로 늘었고 최근에는 금값이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호황을 누리고 있다. 지난해 4540억원이었던 매출이 올해는 5500억여원으로 1000억원 정도 늘 전망이다. 지난달에는 금 소매점 브랜드인 '골드쉘'을 시작했다. 김 대표는 최근 5년간 귀금속 업계에서 가장 성공한 사업가로 꼽힌다.
15일 서울 종로3가에 있는 한국귀금속쓰리엠 본점에서 만난 김 대표는 차분한 말투로 자신의 성공 비결을 설명했다. 그는 말투만큼이나 사업도 차분하게 이끌어왔다. 금은 가격 변동성이 크고 현금거래를 하다보니 투기의 유혹에 빠지기 쉽지만 그는 처음부터 '투기와 탈세 하지 않기'를 제1의 원칙으로 삼았다. 김 대표는 "금 도매는 금융업처럼 현금 회전력으로 수익을 내는 시장"이라며 "가만히 금을 쥐고 가격이 오르길 기다리는 투기는 유통업과 맞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탈세하지 않기'도 양성적인 거래만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대신 국제가에 준한 합리적인 가격과 '한 돈(3.75g)이라도 부산까지 배달하겠다'는 적극성으로 거래 건수를 늘렸다.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야 하는 박리다매 전략을 택한 것.김 대표는 "나이든 분들이 많은 금 도매 시장에서 젊은 사람이 그렇게 하니까 다들 호감을 가지고 거래에 응해줬다"며 "바른 길을 가니 도와주는 사람이 많았다"고 말했다. 설립 몇 년 뒤 나온 정부 정책도 김 대표의 사업이 도약하는 데 큰 힘이 됐다. 정부는 금 거래에서 부가가치세 탈세가 잦자 2009년 '부가세 매입자 납부 제도'를 만들었다. 거래하기 전에 부가세를 선납케 하는 제도인데 이 때문에 탈세를 관행적으로 하던 도매업자들은 갑자기 줄어든 마진에 적응하지 못해 시장에서 퇴출됐다. 경쟁업체가 사라지자 애초에 탈세와는 거리가 멀었던 순금나라는 순조롭게 시장점유율을 높였다.
김 대표는 "형제자매와 한 배를 탄 게 한국귀금속쓰리엠을 하면서 얻은 행복 중 하나"라고 말할 정도로 가정적인 사람이다. 삼형제 중 둘째인 김현모 씨(40)는 현재 캐나다에서 순금나라 대리점을 하고 있고 셋째 김윤모 씨(36)는 한국귀금속쓰리엠 부사장을 맡고 있다. 둘째동생이 1995년부터 서울 신림동에서 금은방 '비치나 귀금속'을 하다가 2003년에 정리하고 종로로 나오면서 맏이인 김 대표와 셋째 김 부사장이 합류했다. '삼'형제고 '모'자 돌림이라는 점에 착안해 2005년에 사업자 등록을 할 때도 회사 이름에 '쓰리엠(3M)'을 넣었다. 누나 김희숙 씨(45)와 여동생 김선희 씨(38)는 순금나라를 시작한 2008년 합류해 각각 안산과 분당에서 순금나라 대리점을 하고 있다.
김 대표는 "피붙이라도 마음이 안 맞으면 같이 하기 어려운 게 사업인데 우리는 잘 맞는다"며 "마음이 든든하고 이루지 못할 것이 없겠다는 자신감이 생긴다"고 전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