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께 단기랠리…연내 한국에 헤지펀드 설립"
신생 헤지펀드인 앤스롭제이드릴은 글로벌 증시 하락에도 불구하고 올해 11%의 누적수익률을 기록해 관심을 끌고 있다. 이 펀드 대표를 맡고 있는 조형택 전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뉴욕 본사 파트너와 펀드 공동설립자인 크레이그 드릴 펀드매니저는 한국경제신문과의 공동 인터뷰에서 "글로벌 증시가 높은 변동성에 노출돼 있으며 11월께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앤스롭제이드릴은 폴 볼커 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등 월가의 거물들을 고객으로 보유해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 펀드는 올가을 한국에 투자하는 헤지펀드를 설립할 계획이다. 두 사람에게 향후 글로벌 증시 전망에 대해 물었다.

▼8월 들어 주식시장이 요동치는 이유는.

"미국 경제의 더블딥(경기회복 후 재침체) 우려로 증시가 폭락했다. 더블딥에 빠지면 세계 경제는 탈출하기 힘든 수렁에 빠질 것이다. 시장은 유로존의 해체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유로존이 해체되면 유럽 금융 시스템에 재앙이 될 것이다. 하지만 기업들은 훌륭한 2분기 실적을 계속 내놓고 있다. 저금리,배당수익,장기 자본이득에 대한 세제혜택,건실한 재무제표,자사주 매입 붐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할 때 주식시장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이에 비해 주가가 너무 많이 빠졌다. 기술적으로 볼 때 급격하고 짧은 상승 랠리가 있을 것이다. "(드릴)

▼상승랠리의 시기는 언제쯤 올 것으로 예상하나.

"11월 정도로 예상한다. 그때까지는 등락을 반복할 것이다. 짧은 랠리가 끝나도 주가가 지속적인 회복세를 보이겠지만 과거와 같은 '대세상승장(bull market)'은 기대하기 힘들다. "(조 대표)

▼'더블딥' 가능성은.

"앞으로 2년 안에 더블딥이 발생할 가능성은 80%다. 미국 학계는 그동안 '부의 효과'를 무시해왔지만 이번에는 자산가치 하락이 소비위축으로 이어지는 '역(逆) 부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인의 25%는 집값보다 많은 주택담보대출을 가지고 있다. 이들의 소비를 장려할 방법이 없다. 나머지 75%의 집값도 정점에 비해 훨씬 낮다.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누군가 돈을 빌려야 한다. 하지만 개인들은 빚을 늘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더 많은 재정적자 없이 경제 성장은 어렵다. "(드릴)

▼정부도 재정적자를 줄여야 하는 상황인데 답이 없는 것 같다. FRB의 역할은.

"최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2013년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하겠다고 했지만 효과는 없을 것이다. 이미 2008년 12월부터 제로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3차 양적완화를 기대하는 사람도 있는데 물을 흡수할 땅을 보지 않고 물 자체만 쳐다보는 격이다. 현재 경제는 사막과 같다. 아무리 물을 뿌려도 마른 땅이 금방 흡수해버릴 것이다. 인플레이션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3차 양적완화는 쉽지 않을 것이다. "(드릴)

"내 생각은 약간 다르다. 만약 미국 경제의 더블딥 가능성이 완연해질 경우 FRB가 행동에 나설 것이다. 경기 하강을 막기 위해 3차 양적완화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본다. "(조 대표)

▼운영하는 펀드의 현재 포지셔닝은.

"보통 쇼트포지션(주가하락에 베팅)의 비중이 5~10%인데 최근 그 비중을 40% 정도로 늘렸다. 미국 주식시장은 오랫동안 정체될 것이다. 그래서 9월께 한국에 투자하는 펀드를 설립할 계획이다. 1년 안에 10억달러 규모로 키우는 것이 목표다. 연말에는 한국 투자자들을 모아 한국에 직접 헤지펀드를 세우기로 했다. "(드릴)

▼한국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일본은 이미 저물고 있다. 중국은 빠르게 성장하지만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 성장하는 중국 시장에서 투자기회를 살리면서도 투자의 안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중국에서 활발히 사업하는 한국 기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조 대표)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