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뱃속에 가스가…"스트레스 때문이야"
서울에 사는 직장인 서모씨(27 · 여)는 사무실에 앉아 있다 보면 부글거리는 뱃속 가스가 하루에도 수십번씩 분출돼 울고 싶은 기분이다. 가스가 터지기 전에 화장실에 가려고 노력하지만 예기치 못하게 방귀라도 뀌게 되면 여간 부끄러운 게 아니다.

이런 남 모르는 고민이 시작된 것은 약 1년 전 입사할 때부터다. 늘 배가 빵빵한 느낌이 계속되면서 방귀도 잦아졌고,규칙적으로 배변하지 못하고 변비와 설사를 번갈아 경험했다. 조씨는 큰 병이 아닐까 걱정하다 최근 소화기 전문병원을 찾았고 '과민성대장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장기간 지속,일상 불편주면 문제

이 같은 과민성대장증후군은 만성적으로 아랫배가 불편하고 변비 또는 설사가 지속되거나,변비와 설사가 며칠 간격으로 번갈아 나타나는 경우를 말한다. 증상은 배변시 복통이 완화하거나,복통 시작과 더불어 배변 횟수가 증가하거나 대변이 더욱 묽어지거나,점액이 배출되거나,배변 후 잔변감이 생기는 등 다양하다. 이 병은 기질적인 원인으로 생기지 않기 때문에 내시경이나 X-레이 검사를 해봐도 특별한 소견이 나타나지 않는다.

원인은 대장운동 이상,내장신경의 과민,스트레스와 불안감 등이다. 위와 장과 같은 소화기관은 의지대로 조종할 수 없는 불수의근육에 의해 움직이는데 현대인은 스트레스와 불안으로 소화기관의 기능이 교란되면서 복부 팽만감이 일상화하는 과민성대장증후군에 걸리기 쉽다. 현대인의 10~15%가 이 증상으로 불편을 겪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감기에 이어 결근 원인의 2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화기질환 전문 비에비스나무병원의 민영일 대표원장은 "스트레스를 받은 후 배가 아프거나 설사를 한다고 해서 모두 과민성대장증후군은 아니다"며 "증상이 자주 나타나고,장기간 지속되며,이로 인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때 과민성대장증후군으로 진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심리적 불안 해소가 가장 중요

민 원장은 "약물 치료보다 중요한 것은 심리적 불안을 해소하는 것"이라며 "과민성대장증후군이 생명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나을 수 있다고 믿는 것만으로도 불안이나 스트레스가 감소돼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의사가 환자를 안심시키고 가짜약을 처방하는 것만으로도 증상이 호전된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와 있다.

평소에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적당한 휴식,명상,음악감상 등으로 심신을 이완시키고 적당한 운동으로 엔도르핀이 돌게 하고 긍정적인 생각을 갖도록 한다. 하루 세 끼 규칙적이고 균형 잡힌 식사를 한다. 증상을 유발 또는 악화시킨다고 생각하는 음식은 피하는 게 좋다. 특히 카페인,술,지방이 많이 함유된 음식을 삼가도록 한다. 최근엔 유산균이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완화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김주성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장 기능이 민감한 성인 남녀 73명을 대상으로 8주간 기능성 유산균을 복용하게 한 결과 배변시 불편감과 전반적인 증상이 57% 정도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증상에 따라 맞춤 치료

과민성대장증후군은 변비 · 설사 교대형,변비 우세형,설사 우세형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이에 따라 장의 예민도를 떨어뜨리는 진경제,대변의 부피를 늘리고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부피형성 완화제를 맞춤 처방하고 약간의 신경안정제를 보조적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