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사모펀드들이 정부 지분 전량을 인수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미국발 금융쇼크로 자금시장이 경색되면서 투자자를 모집하는 데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또 보고펀드는 막판까지 전략적 투자자(SI)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17일 예비입찰 참여를 아예 포기하기로 했다. 여기에 우리금융 주가가 2009년 7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헐값매각 시비까지 일고 있어 매각절차가 또다시 올스톱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다.

◆사모펀드 "30%만 매입"

예금보험공사가 매각하려는 우리금융 지분은 56.97%(4억5918만주)다. 이 중 인수희망자는 최소 30%(2억4180만주)의 지분을 사야 한다. 지난 12일 종가(1만1300원)로 보면 2조7300여억원이며,경영권 프리미엄을 30% 얹는다고 치면 3조5500여억원어치다.

인수를 추진 중인 3개 사모펀드 중 MBK파트너스와 티스톤파트너스는 자금조달을 사실상 마쳤다고 공개했다. MBK 컨소시엄이 투입할 자금은 3조8400억원가량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MBK 7000억원 △새마을금고연합회 및 지역 새마을금고 1조6000억원 △골드만삭스 6000억원 △부산은행 5000억원 △국내외 2개 금융사 4400억원 등이다.

MBK 관계자는 "최소 조건인 지분 30%만 인수하기로 결정했다"며 "새마을금고 자산만 100조원에 달해 자금 동원력에 문제가 없는데 오히려 유효경쟁이 안 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티스톤 측은 최소 지분을 사기 위한 자금조달엔 성공했지만 해외 비중이 당초 계획보다 늘었다고 설명했다. 종전엔 국내외 비중을 7 대 3으로 가져가려 했지만 5 대 5 정도로 바뀌었다는 설명이다. 티스톤 관계자는 "미국계 펀드인 JC플라워스가 거액을 넣고 중국 등에서도 자금이 상당히 들어왔다"고 전했다. 티스톤은 대구은행을 끌어들이기 위해 막판 협상 중이다.


◆우리금융 주가폭락이 최대 변수

우리금융 주가가 크게 떨어지면서 펀드들에도 비상이 걸렸다. 표면적으로는 좀더 싸게 인수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헐값매각 논란이 일면 역풍이 클 것으로 보여서다.

민유성 티스톤 회장은 "우리금융 주가가 급락한 상황에서 정부가 계속 매각절차를 진행할지 의문이 든다"며 "자금모집보다 더 크게 고민하고 있는 대목"이라고 했다. MBK 측은 "여론의 동향이 가장 중요하다"고 전했다.

정부가 외환위기 이후 우리금융에 투입한 공적자금은 총 12조7663억여원이다. 이 중 배당 등으로 회수한 돈은 5조3533억원에 불과하다. 원금 기준으로 41.9%다. 10여년의 이자를 감안하면 회수율은 사실상 '제로'다.

이런 상황에서 30% 지분을 3조~4조원의 낮은 가격에 파는 게 정부 입장에서 부담스러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알짜 금융회사가 된 우리금융을 펀드에 넘긴다는 시각도 불편한데 저가에 매각하면 추후 책임시비가 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보고펀드는 입찰 자체를 포기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펀드 관계자는 "막판에 전략적 투자자를 잡으면 참여하고 그렇지 않으면 포기한다는 입장을 정했다"며 "인수자금 자체보다 펀드 내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재길/안대규/좌동욱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