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과장 속으셨습니다"…이대리는 지금 방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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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회사에 근무하는 이 대리는 편안한 여름휴가를 위해 통화연결음을 바꿨다. 바꾼 통화연결음은 '해외로밍 중인 전화에 연결됩니다'. 휴대폰 해외로밍 서비스의 안내멘트와 같다. 이 대리가 '가짜 로밍족'이 된 것은 대외적으로만 해외여행 중이기 때문이다. 그는 직장 상사와 동료들에게 이번 휴가를 해외에서 보낸다고 말했지만 실제론 집에서 쉴 계획이다. 해외로 나가야 휴가 중 직장에 다시 불려나오는 불상사가 없다는 게 이 대리의 설명이다.
이 대리는 "지난해 여름휴가, 회사에서 급하게 전화가 와 어쩔 수 없이 중간에 출근했다"며 "국내에 있으면 급한 업무가 없어도 서류 찾는 일 같은 자잘한 용건으로 전화기에 불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진짜 해외에 나가는 게 제일 좋지만 대리 월급으로 해외여행은 부담스럽다"며 "통화연결음만 바꾸고 '방콕'(집에서 쉬는 것을 일컫는 용어)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제약회사에 다니는 박 부장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 '가짜 로밍족'에 합류했다. 박 부장은 자동응답기 앱으로 전화가 오면 '해외에 머물고 있다'는 메시지가 자동 전송되도록 설정했다. 그는 평소 전화업무가 많아 스마트폰을 항상 손에 쥐고 있지만 앱 덕분에 한 주간 마음 편히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이처럼 여름휴가철을 맞은 직장인 사이에 '가짜 로밍족'이 상당수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한 포털사이트가 직장인 4039명을 대상으로 '휴가 때 일을 피하기 위해 한 거짓말'을 조사한 결과, 10명 중 한 명은 '국내에 있으면서 해외라고 한다'고 답했다.
국내에서 휴가를 보내며 업무 전화를 피하기 위해 가짜 로밍족이 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 여름 통화연결음 서비스 사이트에서는 '해외여행 중' 또는 '해외로밍 중'이라는 내용의 안내 연결음이 인기 상위권에 올랐다.
스마트폰 사용자의 경우 박 부장처럼 '자동응답기 앱'또는 '상태 설정' 이용해 자유롭게 안내멘트를 설정하거나 해외출장 모드로 지정, 여름휴가 중 전화를 골라 받았다는 직장인도 많다.
한편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직장인 90.4%는 여름휴가를 국내에서 보낼 계획이다. 해외에서 보내겠다는 직장인은 9.6%에 그쳤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al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