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지방을 강타한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인해 소중한 인명과 재산 피해가 막심하다. 이번 호우를 두고 '한국형 스콜'이라는 표현이 나돈다. 한반도가 아열대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꽤 현실감 있게 들리기도 한다. 기후변화는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눈앞에 닥친 현실이다. 이제 온실가스 감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다.

그러나 국민 일상생활에 나타나는 녹색변화는 아직 미미한 형편이다. 우리나라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세계 8위 수준으로,배출량이 줄기는커녕 오히려 증가 추세다. 1인당 배출량은 세계 평균치의 배를 넘어선다. 이 중 15% 정도가 수송부문에서 발생하며,승용차 등 도로교통이 수송부문 배출량의 94%를 차지한다. 수송부문은 온실가스 감축여력이 높고,산업부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 특정업계의 노력이 아니라 전 국민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효율적인 정책 설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우선 과제는 수송부문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도로 수송분담률이 지나치게 높고,나홀로 차량이 많아 도로에서 낭비되는 에너지가 많다. 걷거나 자전거를 타기 쉬운 도로 환경을 만들고 대중교통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자동차의 운행을 줄여야 한다.

자동차를 타야 한다면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는 차량을 선택해야 한다. 전기차나 연료전지차는 친환경성은 좋으나 아직 경제성이 부족해 현실성이 떨어진다. 그렇다면 액화석유가스(LPG)나 압축천연가스(CNG) 같은 저공해 가스에너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 가스체 에너지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휘발유 대비 10% 정도 적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액화석유가스(LPG) 등 가스 차량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경차 등 소형차 판매를 늘리기 위한 적극적인 유인책 마련도 시급하다.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량 중심의 차량 규제 체계를 확립하고 저배출차량에 대해 실효성 있는 지원책을 시행해야 한다. 자동차 제작사도 소형차 모델을 다양화하고 안전과 편의성을 강화해 소비자의 선택폭을 넓혀야 한다.

자동차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와 업계는 물론 국민 모두가 적극 나서야 한다. 어차피 가야 할 길이라면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주도하는 것도 한 방법이며,그것이 경쟁력을 강화하는 근원이 될 수도 있다.

강광규 < 한국환경정책·평가硏 선임연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