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식워런트증권(ELW) 거래와 관련해 증권사 대표이사 및 임원,전 · 현직 직원,스캘퍼(초단기매매자) 등이 무더기로 검찰에 기소되면서 사회적으로 ELW에 관심을 모아지고 있다. 결과는 법정에서 가려지겠지만 일부 기소 내용 중에는 ELW와 직접전용주문(DMA)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발생한 부분이 적지 않아 아쉽다.

ELW는 주가지수나 주식을 사전에 정한 가격으로 미래시점에 사거나 팔 수 있는 권리를 갖는 계약이다. 그런 점에서 주가지수나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옵션계약과 동일한 파생상품으로 간주된다. ELW는 발행자인 증권회사가 유동성 공급자로서 상시 매수 · 매도 호가를 제시해 투자자의 매매 요구에 응함으로써 수급불균형을 완화하고 거래를 활성화하는 효과를 갖는다.

선물,옵션 등 모든 파생상품이 그렇듯 ELW도 본래 도입 취지는 기초자산의 리스크를 관리하는 헤징에 두고 있다. 하지만 적지 않은 거래가 파생상품에 내재된 레버리지 효과를 이용해 투기적 목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높은 레버리지와 유동성을 갖춘 ELW 시장에서 스캘퍼라 불리는 초단기매매자가 많은 것도 현실이다.

문제는 이들 스캘퍼가 증권사가 제공하는 전용선을 이용해 일반투자자보다 빠른 매매 및 주문체결을 통해 ELW 시장에서 부당한 시세차익을 얻었는지 여부다. DMA는 증권 및 파생상품 매매체결에서 증권사의 주문 처리를 거치지 않고 투자자가 직접 주문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우선 이런 서비스는 신속하게 주문을 집행한다는 것이 장점이다. 물론 주문처리 속도의 차이가 곧바로 매매차익으로 연결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증권거래에서 모든 거래자가 동일한 주문매체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고,어떤 주문매체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주문속도의 차이는 늘 있어 왔다.

그렇다고 인터넷망(HTS) 사용자가 증권사에 전화로 주문하는 거래자를 능가하는 수익을 올린다는 보장은 없다. 만일 전문적 거래자인 스캘퍼가 일반 거래자에 비해 높은 수익을 올렸다면 이는 분석능력이나 투자기법의 우월성에 기인할 가능성이 크지 주문속도의 차이를 원인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미 세계적으로는 오래 전부터 DMA를 도입 활용해 왔다. 선진국에서는 주로 자신의 주문정보를 외부에 누출하길 꺼리는 기관투자가들이 주문정보의 보안성을 이유로 DMA를 선호해 왔다. 특히 헤지펀드의 프라임브로커나 보안성이 요구되는 알고리즘 거래를 수행하는 투자자들에게 DMA는 매우 매력적인 주문처리 수단이다. 이때 이들이 주문속도의 차이로 인해 부당이득을 얻었다는 구체적인 증거가 나온 적은 없다. 오히려 세계 주요 거래소는 DMA와 이를 이용한 대량거래가 용이하도록 매매체결 속도를 개선하는 데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관련 규정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DMA가 ELW뿐 아니라 선물,옵션 및 현물시장과도 연계돼 자생적으로 사용돼 오다 이번에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세계적 추세에 따라 관행적으로 사용되는 DMA에 대한 성급한 사법적 판단은 ELW뿐 아니라 다른 파생상품과 주식시장 거래시스템의 문제로 확대돼 자칫 자본시장을 위축시키고 금융산업 발전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사법적 판단에 앞서 ELW라는 파생상품과 DMA라는 매매방식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우선돼야 할 것이다. 또한 이제라도 DMA 관련 규정을 명확히 제시해 공정하고 건전한 시장환경을 조성하고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파생상품시장의 본래 기능이 금융자산의 리스크를 관리하는 수단이고,이런 목적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투기적 거래 및 차익거래도 시장의 유동성과 가격의 균형성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조건이란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태가 우리나라의 파생상품 시장이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박진우 < 한국외대 경영대학장 / 한국증권학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