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아서 도둑맞는 기분"…객장 곳곳 한숨 소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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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신용거래 직장인 강 모 씨의 '피 말리는 하루' - 바닥 모를 하락에 투자자 패닉
"찍지마!"
간간이 내린 비로 후텁지근한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증권사 객장.분위기가 갑자기 험악해졌다. 사진기자가 넋을 잃은 투자자들의 모습을 담으려 카메라 셔터를 누른 게 화근이었다. 한 중년 남성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사진기를 내려놓으라고 소리치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대형 전광판에 그려진 코스피지수는 8% 넘게 폭락 중이었다.
이날 시세판이 설치된 여의도 증권가 객장은 불안한 마음에 아침 일찍부터 나온 투자자들로 붐볐다. 대부분 PC 사용이 익숙지 않은 노인과 주부들로,시퍼렇게 물든 전광판에 코스피지수가 새로 써질 때면 여기저기에서 연거푸 한숨소리가 흘러나왔다.
오전 9시19분과 39분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연이어 '사이드카'가 발동되자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했다. 전광판을 바라보던 한 60대 남성은 "앉아서 도둑맞는구먼"이라고 중얼거렸다.
11시를 조금 넘겨 주가가 1700선 밑으로 내려가자 웅성거리는 소리조차 멎었다. 머리가 하얗게 센 한 투자자는 전광판을 지켜보던 두 눈을 감아버렸다. 전날 저점에서 주식을 샀다는 한 투자자는 "정말 잘 샀다고 생각했는데…"라며 허탈해했다.
여의도 대신증권 영업점에서 만난 개인투자자 박선호 씨(63 · 서울 방화동)는 "8억원을 투자했는데 최근 6일간 1억6000만원 정도 손실을 봤다"고 말했다. 박씨는 "불안해서 장이 열리기도 전에 객장에 나왔다"며 "전문가들이 얘기하는 지지선이 속절없이 깨지는 것을 보면 폭락의 끝이 어딘가 싶다"고 울상을 지었다.
반등을 눈으로 확인하겠다는 마음에 투자자들은 배고픔도 잊었다. 객장에 나온 투자자 대부분은 믿기 힘든 광경에 넋을 잃은 채 점심시간이 지나도록 자리를 뜨지 못했다.
증권사 지점에는 충격에 휩싸인 고객들의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주가가 연일 폭락하면서 주식을 계속 들고 있어야 하느냐는 문의가 이어졌다"며 "한숨만 내쉬며 말을 잇지 못하는 고객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다른 증권사 직원은 "주가가 장중 9% 넘게 하락할 때는 고객이고 직원이고 모두 패닉에 가까운 심경"이라며 "일이 손에 안 잡혀 멍하니 시세 모니터만 보고 있었다"고 전했다.
증시 폭락은 여의도 부동산 시장에도 여파를 끼치는 모습이다. 강서영 열린공인 대표는 "과거 경험에 비춰 증시 침체가 길어지면 시세보다 20~30% 떨어진 매물들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문의하는 사람들이 며칠째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휴가철까지 겹친 식당가는 한산했다.
이태호/하헌형/이현일 기자 thlee@hankyung.com
간간이 내린 비로 후텁지근한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증권사 객장.분위기가 갑자기 험악해졌다. 사진기자가 넋을 잃은 투자자들의 모습을 담으려 카메라 셔터를 누른 게 화근이었다. 한 중년 남성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사진기를 내려놓으라고 소리치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대형 전광판에 그려진 코스피지수는 8% 넘게 폭락 중이었다.
이날 시세판이 설치된 여의도 증권가 객장은 불안한 마음에 아침 일찍부터 나온 투자자들로 붐볐다. 대부분 PC 사용이 익숙지 않은 노인과 주부들로,시퍼렇게 물든 전광판에 코스피지수가 새로 써질 때면 여기저기에서 연거푸 한숨소리가 흘러나왔다.
오전 9시19분과 39분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연이어 '사이드카'가 발동되자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했다. 전광판을 바라보던 한 60대 남성은 "앉아서 도둑맞는구먼"이라고 중얼거렸다.
11시를 조금 넘겨 주가가 1700선 밑으로 내려가자 웅성거리는 소리조차 멎었다. 머리가 하얗게 센 한 투자자는 전광판을 지켜보던 두 눈을 감아버렸다. 전날 저점에서 주식을 샀다는 한 투자자는 "정말 잘 샀다고 생각했는데…"라며 허탈해했다.
여의도 대신증권 영업점에서 만난 개인투자자 박선호 씨(63 · 서울 방화동)는 "8억원을 투자했는데 최근 6일간 1억6000만원 정도 손실을 봤다"고 말했다. 박씨는 "불안해서 장이 열리기도 전에 객장에 나왔다"며 "전문가들이 얘기하는 지지선이 속절없이 깨지는 것을 보면 폭락의 끝이 어딘가 싶다"고 울상을 지었다.
반등을 눈으로 확인하겠다는 마음에 투자자들은 배고픔도 잊었다. 객장에 나온 투자자 대부분은 믿기 힘든 광경에 넋을 잃은 채 점심시간이 지나도록 자리를 뜨지 못했다.
증권사 지점에는 충격에 휩싸인 고객들의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주가가 연일 폭락하면서 주식을 계속 들고 있어야 하느냐는 문의가 이어졌다"며 "한숨만 내쉬며 말을 잇지 못하는 고객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다른 증권사 직원은 "주가가 장중 9% 넘게 하락할 때는 고객이고 직원이고 모두 패닉에 가까운 심경"이라며 "일이 손에 안 잡혀 멍하니 시세 모니터만 보고 있었다"고 전했다.
증시 폭락은 여의도 부동산 시장에도 여파를 끼치는 모습이다. 강서영 열린공인 대표는 "과거 경험에 비춰 증시 침체가 길어지면 시세보다 20~30% 떨어진 매물들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문의하는 사람들이 며칠째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휴가철까지 겹친 식당가는 한산했다.
이태호/하헌형/이현일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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