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접근 이제 저가매수 나설…으아악"
삼성증권은 지난 4일 "지진도 견뎌낸 2000포인트,쉽게 깨질 지지선이 아니다!"며 코스피지수가 2000선에서 저지선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IBK투자증권은 지난 5일 '다음주 초 이후 반등 가능'이란 리포트를 내놨다.

한화증권은 지난 8일 이번 주 증시를 전망하며 "주가는 충분히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대신증권은 9일 "기댈 언덕이 생기고 있다"며 투자심리가 회복될 기미가 보인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같은 예측은 번번이 빗나갔다. 시장은 증권사들의 낙관적인 전망을 비웃기라도 하듯 급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는 "기상청은 지난달 서울 강남권 폭우를 '중계'하기라도 했는데 증권사는 이보다 못하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촉발된 미국 및 유럽 정부의 신뢰 위기가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신용위기'로까지 이어지는 모습이다.

◆어떤 분석기법도 안 통한다

증권사 예측이 번번이 빗나가는 이유는 애널리스트들이 주로 이용하는 시장 분석 방법이 최근 증시에 먹혀들지 않고 있어서다.

증권사들이 시장을 전망하는 기법으로는 '밸류에이션 분석'을 들 수 있다. 시장 전반의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 등을 기초로 시장의 적정한 가치를 측정한다.

지수 하락으로 유가증권시장의 PER과 PBR이 떨어지면 그만큼 국내 증시의 가격 매력이 높아져 투자자의 매수세도 유입될 것이라는 전제 아래 시장의 저점을 가늠한다. 10배가 넘던 PER이 8.5배까지 떨어지는 1850을 코스피지수 저점으로 예상한 지난 8일 토러스투자증권의 리포트가 단적인 예다.

기술적 분석도 마찬가지다. 등락하는 지수 그래프의 추세를 이용해 하단을 가늠하는 '추세선 분석'은 지난 5일 코스피지수가 2000선이 무너진 이후 이론적 근거를 상실했다. 9일 오전에는 주가 상승에 베팅하는 콜옵션 거래대금과 주가 하락을 기대하는 풋옵션 거래대금의 비율을 근거로 주가가 저점에 이르렀다는 분석도 있었지만 역시 빗나갔다.

◆균형감각 없는 분석태도도 문제

시장의 긍정적인 재료에 무게를 싣고 부정적인 뉴스는 애써 무시하는 애널리스트들의 자세도 문제다.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주 주가 전망을 하며 호전된 미국 고용지표에 무게를 실었으나 해당 지표는 시장에 별 영향을 주지 못했다. 9일에도 각 증권사는 전날 진행된 유럽중앙은행(ECB)의 이탈리아 및 스페인 국채 매입에 의미를 부여하며 시장 호전을 예상했다. 정작 유럽시장에서는 독일 DAX40지수가 5% 이상 급락하는 등 ECB 국채 매입의 의미가 제한적이라는 것이 이미 입증된 이후였다.

비난의 표적이 되는 애널리스트들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한 애널리스트는 "지난주에 저가 매수 지점이라며 고객들에게 적극 매수에 나설 것을 추천했는데 그 이후로도 200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며 "애널리스트들끼리 만나면 '여의도에서 굿이라도 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한다"고 전했다.

밥맛도 잃었다. 다른 애널리스트는 "요즘 밥맛도 없고,밥 먹을 정신도 없다"며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어 농심 주가에 일조하고 있다"고 허탈해 했다. 어떻게 손쓸 수 없는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방관 모드'로 접어든 경우도 있다.

한 증권사의 중견 애널리스트는 "보통 시장의 변동성이 심해지면 바쁜데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일찍 퇴근할 생각"이라고 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