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제시한 코스피지수 하단이 점심시간 전에 깨졌다. 예측이 무의미한 상황이다. "

16년차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8일 이렇게 말했다. 그의 말처럼 사상 초유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 한치 앞도 가늠하기 힘든 장세를 연출하고 있다. 시장이 나쁜 뉴스에만 반응하면서 미국 고용시장 개선 등 긍정적인 소식은 힘을 잃었다. 앞으로 들려올 수 있는 나쁜 소식은 어떤 것이 있을까. 우려가 현실화될 경우 코스피지수는 또 얼마나 떨어질까.

◆글로벌 정책 공조 가시화되나

지난주부터 진행된 주가 하락은 글로벌 더블딥 우려의 연장선에 있는 만큼 각국 중앙은행이 이를 막을 방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가 관심이다. 3차 양적완화를 비롯한 미국의 경기 부양책,이탈리아와 스페인 재정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럽중앙은행의 정책이 관건이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과 유럽의 정책적 대응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지 1주일 내에 판가름날 것"이라며 "대외 여건이 악화되면 국내 기업들의 자산가치와 재무 건전성까지 의심받으며 주가가 추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단 9일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어떤 대책이 나올지가 관심이다.

주요 국가들의 정책 공조 노력에도 가시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앞으로 1주일간 코스피지수는 50~100포인트 추가 하락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대신증권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코스피지수 하단을 1750선으로 내다봤다.

◆옵션만기일 변동성 커지나

오는 11일 옵션 만기도 코스피지수의 낙폭을 키울 수 있는 요인이다. 8일 하루에만 5263억원의 순매수세가 유입되며 지수 하락을 방어한 프로그램 매매가 만기일에는 주가를 끌어내리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프로그램의 차익 매수는 고평가된 선물을 팔고 저평가된 현물(주식)을 사는 거래인데,해당 거래를 청산하는 과정에서 프로그램을 통한 주식 대량 매도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5일 이후 주가가 급락하는 과정에서 유입된 프로그램 매수세는 외국인을 중심으로 11일 이익 실현을 하고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며 "앞으로 이틀간 주가가 추가 하락한다면 차익 매수 물량이 계속 쌓여 '매물폭탄'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주가가 급락하는 과정에서 유입된 프로그램 매수 물량 중 4000억원 이상이 빠져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보통 프로그램 1000억원 매도에 코스피지수 10포인트가 빠진다고 보는데 지금은 뚜렷한 매수 주체가 없어 하락폭은 그보다 클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국채 입찰 성공할까

신용등급 강등 뒤 처음으로 진행되는 미국의 이번주 국채 입찰도 관심이다. 별다른 어려움 없이 성공하면 신용등급 하향의 의미가 축소되겠지만,순조롭지 못할 경우 나타날 파장은 가늠할 수 없다. 미국 국채 신뢰성에 대한 의구심이 현실화되는 것으로 해석돼 세계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9일 3년물 320억달러,10일 10년물 240억달러,11일 30년물 160억달러에 대한 입찰을 진행한다. 입찰 성공 여부는 입찰 참여율 250%를 기준으로 한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여러 기관투자가들이 입찰 결과에 따른 파장을 의식하고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입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실패할 경우 세계 경제와 국내 증시에 가져올 파장은 가늠할 수 없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