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 비례대표 의원들의 눈빛이 다르다. 한나라당 비례대표 의원들은 지역구 출마를 위해 지역구 찾기에 올인하고 있는 반면 민주당 비례대표 의원들은 상대적으로 무관심한 편이다.

한나라당 비례대표 의원은 22명.눈독을 들이는 지역구마다 동료 현역 의원들이 터를 잡고 있어 지역구 '낙점'이 쉽지 않다. 지역구 행사에 얼굴이라도 내비치면 "A의원,무슨 일로 우리 동네 왔어"라는 견제성 '멘트'가 동료 의원으로부터 날아오기 십상이다. 내년 출마를 준비 중인 한 비례대표 의원은 "관심 지역구도 아닌데 행사 때문에 방문했더니 자꾸 견제성 발언이 나와 곤혹스럽다"고 했다. 인구 상한선 30만8000명을 넘겨 분구가 예상되는 용인 기흥,경기도 파주나 주인이 없는 서울 강남,양천갑(불출마 선언) 등에 비례대표들이 몰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비례대표 의원이 14명인 민주당에선 "정치 안 하겠다"는 비례대표 의원들이 줄을 잇고 있다. 청소년 · 아동 분야 전문가인 최영희 의원,금융통으로 꼽히는 이성남 의원,외교부 장관 출신인 송민순 의원,4성 장군을 지낸 서종표 의원 등 각 분야 전문가 출신 의원들의 19대 불출마가 잇따르고 있다. 최 의원은 8일 기자와 만나 "내년 총선에는 나가지 않겠다"며 사실상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 의원과 서 의원도 "상대를 밟고 일어서는 정치판이 생리에 맞지 않다"고 했다. 장외투쟁과 몸싸움으로 점철된 정치 생활을 체험해야 했던 전문가 출신 의원들의 정치 환멸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