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 시즌이 절정에 이르고 있다. 방학을 맞은 초등학교,중학교 및 고등학생들에게 여름휴가는 학업에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근로시간이 가장 긴 한국의 직장인들에게 여름휴가는 놓칠 수 없는 자기 충전 시간이다.

많은 사람들이 여름휴가를 즐기지만 연령대에 따라 휴가 패턴은 사뭇 다르다. 초등학교 학생 정도라면 부모와 함께 여름휴가를 즐기는 게 일반적이지만 중학교에만 들어가도 가족과 함께하는 경우가 적다. 머리가 커진 아이들은 부모보다 친구들과 어울리려는 경향이 강하다. 20대 젊은이들은 주로 바닷가를 찾는다. 젊은이의 열정을 뽐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여름은 피트니스 센터가 붐비고 다이어트용 시리얼 광고가 TV에 자주 나오는 때이기도 하다. 바닷가를 찾은 젊은이들이 공들여 만든 울퉁불퉁한 근육을 자랑하고 여자들은 아름다운 몸매를 과시한다. 젊음의 특권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여성들은 로망인 S라인을 만들기 위해 여름 휴가철이 오기 몇 달 전부터 다이어트와 운동 삼매경에 빠지기도 한다. 공중파 방송의 한 CF는 여자 모델이 바닷가를 고집하는 남자친구의 말을 듣고 다이어트용 시리얼을 먹는다는 줄거리를 갖고 있다.

30대에서 40대 초반까지는 주로 아이들과 바닷가를 찾는다. 요즘은 캠핑문화가 발달하면서 캠핌장을 찾는 이들도 늘고 있다. 자동차를 몰고 캠핑장을 찾는 오토캠핑족도 증가하는 추세다. 서울시내에서 가족과 캠핑을 즐길 수 있는 곳도 있다. 전기 수도 등 모든 시설이 갖춰져 있고 캠핑에 필요한 장비도 얼마든지 빌릴 수 있다. 약간의 비용만 들인다면 말이다.

50대는 주로 부부가 오붓하게 즐기는 시간을 갖게 된다. 장성한 자식들이 각자 휴가를 떠난 뒤 생겨난 자연스러운 변화다. 바닷가가 젊은이들로 붐비는 사이 이들은 자연휴양림이나 주변 경관이 좋고 한적한 펜션을 찾는다. 평소 읽고 싶었던 책도 읽고 맑은 공기를 마시며 명상에 잠길 수 있는 좋은 기회다. 50대 부부가 조용한 휴가를 보내는 것도 좋지만 한번쯤 특별한 휴가계획을 짜는 것도 바람직하다. 바로 은퇴 이후에 살 곳을 미리 둘러보는 휴가다. 50대는 정년을 코앞에 둔 나이다. 은퇴하면 고정적 수입이 끊기는 만큼 생활비가 비싼 수도권보다 비교적 비용이 저렴하고 그리 멀지 않은 지방 소도시 등으로 거주지를 옮겨봄 직하다. 이를 위해 평소 염두에 두었던 지역을 방문해 여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연금으로 은퇴 이후의 삶을 여유롭게 살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자신이 선택한 지역의 자세한 정보를 알아보는 데 휴가철만큼 좋은 기회는 없다. 아직 휴가를 가지 않은 50대라면 건강한 은퇴를 위해 한번쯤 이런 특별한 휴가를 시도해볼 만하지 않을까. 자녀들에게도 은퇴한 부모님을 찾을 때만큼은 복잡한 도시를 떠나 편안하고 정겨운 휴식을 줄 수 있으니 이 또한 자식 사랑의 표현이 될 듯싶다.

하만덕 < 미래에셋생명 사장 mdha426@miraeasset.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