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프로야구에서 거침없는 활약을 펼치던 당찬 새내기들이 나란히 주춤하면서 신인왕 판도도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LG의 신인 투수 임찬규(19)는 7일 한화와의 잠실 경기에서 데뷔 후 처음으로 만루 홈런을 얻어맞는 충격을 맛봤다.

선발 투수 박현준이 일찍 무너지자 2회부터 투입된 임찬규는 최대한 긴 이닝을 끌어주는 임무를 맡았지만 2사 만루에서 커브가 높게 제구된 탓에 김경언에게 '그랜드 슬램'을 허용하고 말았다.

고교 졸업 후 프로무대에 직행한 대부분의 선수가 1년 이상을 2군에서 실력을 쌓은 뒤에야 실전에 나설 기회를 받는 현실에서 임찬규는 드물게 입단 직후부터 주전으로 활약한 케이스다.

임찬규는 첫 등판부터 신인답지 않게 두둑한 배짱으로 마운드에서 당당히 공을 뿌려 LG 팬들사이에 '모처럼 대형 신인이 나왔다'는 기대감이 부풀었다.

임찬규는 5월 들어 마무리 투수 김광수(한화)가 흔들리는 기색을 보이자 팀의 뒷문을 지키는 중책을 맡아 활약하기도 했다.

그러나 6월17일 잠실 SK전에서 4-1로 앞선 9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경기를 매조지하러 마운드에 올랐으나 볼넷을 5개나 내주고 안타 1개를 얻어맞아 5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LG가 넥센으로부터 송신영을 영입하자 중간 계투 요원으로 변신해 이달 3일 SK전에서 2⅔이닝을 막아내 롱 릴리프로서 가능성을 보이는 듯했으나 7일 김경언의 한 방에 무너져 또 당분간 후유증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임찬규와 선의의 신인왕 경쟁을 벌이던 삼성의 톱타자 배영섭(25)은 올 시즌을 마감할지도 모르는 갈림길에 서 있다.

배영섭은 지난달 21일 SK와의 대구 경기에서 3회말 2루 도루를 감행하다가 왼손 새끼손가락이 베이스에 쓸려 인대가 파열돼 1군에서 제외됐다.

2009년 입단해 지난해 11경기에 출전하며 잠재력을 인정받은 배영섭은 올해 정확히 3할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펀치력도 좋은데다 도루 2위(29개)를 달릴 만큼 빠른 발까지 갖춰 삼성의 톱타자를 꿰차 활발한 공격을 이끌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부상에 발목이 잡히고 말았다.

배영섭은 일단 휴식을 취하며 차도를 지켜본 뒤 통증 없이 타격을 할 수 있다면 팀에 복귀하고 그렇지 않다면 수술을 받기로 했다.

이번 주에는 수술 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여 신인왕에 계속 도전할 수 있을지도 이 결정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임찬규와 배영섭이 이렇게 부진과 부상으로 힘이 빠지면서 올해 신인왕 경쟁도 긴장감이 뚝 떨어지고 말았다.

KIA의 심동섭(20)이 40경기에 출장해 3승1세이브와 평균자책점 3.79로 잘 던지고 있고 한화의 '7억팔' 유창식(19)이 7일 데뷔 첫 선발승을 따내는 등 선수가 없는 것은 아니나 신인왕 타이틀에 도전하기엔 부족하다는 평가다.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sncwo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