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신용등급 강등이라는 미증유의 사태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증시에 미칠 영향에 대해 시장 참가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충격이 불가피하지만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크고 오히려 반등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토러스투자증권은 이날 전망보고서를 통해 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인한 증시 충격이 단기에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

오태동 토러스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국채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미 채권시장에서 투매가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있지만 대신할 투자처가 마땅치 않다는 점에서 신용등급 강등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이라며 "영국 브라질 등 미 국채보유국은 미 국채를 신뢰한다는 성명을 발표했고, 미 채권시장이 안정을 유지하면 증시가 받는 충격도 단기에 머무를 것"이라고 밝혔다.

'더블딥'(이중침체) 우려가 금융위기 수준으로 위험도가 반영된다고 가정하면 미 주식시장은 10% 가량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고, 코스피지수의 경우 5% 수준으로 추산했다.

2008년 금융위기와 작년 유럽 재정위기보다는 안정된 위험 지표와 주가수익비율(PER) 저점의 상승추세를 감안하면 코스피지수가 추가적으로 하락하더라도 1850선 전후에서 위험을 충분히 반영한 수준이 될 것이란 진단이다.

또한 미국 신용등급 하락과 관련해 미 단기 자금시장에서 이상 신호가 발생하지 않고, 미 고용지표 개선과 함께 중국 7월 물가 상승률이 완화된다면 세계 경제가 더블딥 우려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높고, 이는 증시가 상승 반전할 수 있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기업이 금융위기를 기회로 활용해 기업가치가 한 단계 상승했다"며 "지금은 주식시장이 힘든 시기를 겪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좋은 매수 시점이었다고 회자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투자증권도 이날 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슈가 증시 반전의 모멘텀(상승 동력)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 증권사는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S&P)가 미국 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결국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며 "유럽발 신용 위험과 미국 더블딥 우려감으로 인해 이미 극도로 불안해진 금융시장에 또 다른 악재가 터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코스피 현 지수대는 더블딥 또는 리세션(경기 후퇴)에 대한 우려를 이미 반영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 지수가 거의 상승하지 않았다는 것은 올 경제성장률이 '제로(0)'이거나 그 이하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이 증권사는 "3분기 이후 글로벌 경기에 대한 확신이 생길 경우 예상보다 빠른 주가 반전과 회복력을 보여줄 것"이라며 "미국 신용등급 하향에 따른 충격이 이번 주 초반 발생할 가능성이 높지만 남은 악재마저 시장에 불거지고 있다는 점에서 역발상 차원에 접근이 타당하다"고 권고했다.

이에 따라 PER(주가수익비율) 8.8배 수준인 코스피 1950선에서는 적극적인 매수 전략을 취하는 것이 좋다고 추천했다. 일시적으로 1900선이 붕괴되더라도 지수 방향성 자체는 훼손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자동차와 정유주, 내수소비주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는 조언이다.

한양증권은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란 위기를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임동락 한양증권 연구원은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란 전례가 없는 사태로 인해 적지 않은 후폭풍이 예상된다"며 "미 국채와 달러에 대한 안전자산 인식이 약화되면서 국채금리 상승, 달러약세 현상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러한 변화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급경로는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국채 발행시 금융비용 증가는 물론 만기국채에 지불하는 원리금 부담도 확대된다는 것. 국채금리와 연동돼 있는 시장금리 상승으로 민간기업과 개인의 차입비용도 증가하게 될 것이란 예상이다.

임 연구원은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태에서 추가적인 악재가 더해졌다"며 "주식시장 변동성도 당분간 확대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미 국채나 달러를 대체할 만한 대안이 부족하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AAA' 등급의 국가채권 중 미 국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60%에 육박한 상황에서 미 국채비중 축소는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임 연구원은 "이를 뒷받침하듯 신용등급 강등 이후에도 미 국채를 계속 보유하겠다는 우방국들의 입장표명이 잇따르고 있다"며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원인제공을 한 미국의 국채와 달러가 강세를 보였던 아이러니한 현상이 또 다시 반복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이에 따라 지나치게 비관하기보다는 기회를 모색하는 접근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권고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김효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