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미국의 '더블딥(경기 이중침체)'우려로 직격탄을 맞았다. 전문가들은 변동성이 높은 장 상황이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진단했다. 이럴 때는 막연한 기대감과 공포심 모두 경계해야 한다. 향후 나타날 글로벌 변수들을 지켜보면서 신중하게 접근하라는 조언이 많다. 폭락장에서도 꿋꿋한 내수주에 관심을 두는 한편 상장지수펀드(ETF)나 금 관련 상품 등 '대안 투자'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전략도 요구된다.

◆환율과 글로벌 변수 파악 후 접근

증시 급락은 위기이자 기회다. 낙폭이 큰 만큼 기술적 반등을 노리고 저가 매수에 들어가는 '역발상 투자자'가 적지 않다. 지수 수익률의 두 배를 추구하는 레버리지ETF는 최근 역대 최대 수준의 개인 순매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한 투자 자세를 유지하라는 주문도 있다. '패닉'에 빠질 필요까지는 없지만 향후 나타날 변수들을 지켜보면서 포트폴리오 조정 기회로 삼으라는 조언이다. 잇따라 발표될 각국 경제지표와 정책 결정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10일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금리 결정은 투자의 나침반이 될 전망이다.

추가적인 경기부양 여부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나올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발언에 시장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더블딥' 우려를 가라앉힐 것인가,더 큰 불안으로 이어질 것인가가 주목된다. 와우넷 전문가인 안인기 대표는 "환율과 글로벌 분위기를 먼저 파악한 후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적극적인 매수보다는 차분한 관망이 통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해외 변수 '걱정'없는 내수주는 꿋꿋

전략도 세심해야 한다. 조영욱 대표는 "하루하루 변동성이 커가는 시점에서 중기와 단기 투자전략을 확실히 구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실적과 펀더멘털을 따져 중기적으로 투자할 종목은 저가매수를,주가가 급변동한 종목은 단기 트레이딩 관점으로 접근하라는 조언이다.

전문가들은 상반기 소외됐던 내수업종을 최근 주목하고 있다. 수출주 등 기존 대형주들은 경기 우려에 노출돼 주가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급락장에서 경기 민감업종인 '차(자동차) 화(화학) 정(정유)'은 큰 낙폭을 보인 반면 음식료와 섬유 등 내수주들은 오히려 오르며 선전했다.

조 대표는 "3분기 주도주는 음식료와 제 약 등 내수주"라며 "자동차와 화학,조선 등은 단기 트레이딩 관점에서 접근하되 4분기이후에는 주도주 복귀를 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내수업종은 대외 변수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강화되는 펀더멘털도 눈여겨봐야 한다.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유통과 음식료,소비재,의류업종은 실적 전망치가 상향 조정됐다. 최근 정부가 내수 활성화 대책을 내놓은 것도 내수주의 모멘텀(상승동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원화강세는 내수업체의 원료비 지출을 줄여 호재로 작용한다. 동부증권은 중국 등 아시아 시장에 진출해 성과를 내기 시작한 롯데쇼핑,락앤락,베이직하우스,영원무역 등을 수혜주로 꼽았다. 한국투자증권은 신세계와 CJ오쇼핑,아모레퍼시픽,오리온 등을 추천했다.

◆리스크 관리 나서라…인버스ETF · 금 선물 인기

변동성 높은 장에 대처하려면 리스크 관리가 필수적이다. 다양한 대안 투자를 통해 위험 회피(헤지)가 가능하다. 주가나 지수가 당분간 떨어질 것 같다면 하락 시 수익이 나는 파생상품에 투자할 수 있다. 코스피지수가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면 코스피200풋옵션이나 지수형 주식워런트증권(ELW)을 사놓는 방식이다. 시장 움직임과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손실 규모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파생상품 투자의 초보자라면 ETF 전략이 적절하다. ELW나 선물 · 옵션은 시간가치나 변동성에 대한 이해 없이 접근했다가는 오히려 손실을 보기 쉽기 때문이다.

이달부터 ELW 신규투자자에게는 1500만원의 기본예탁금이 붙기 때문에 비용 부담도 적지 않다. 반면 ETF는 거래가 간편하고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단순히 지수를 추종하기 때문에 원금 손실 가능성이 높은 선물 · 옵션,ELW에 비해 위험도 낮은 편이다.

장이 계속 하락할 것 같다면 인버스ETF를 사놓는 것이 효과적이다. 인버스ETF는 지수가 내리면 수익이 나는 상품이다. 최근 외국인들은 인버스ETF를 집중적으로 사들이며 하락장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주식시장과 반대로 고공행진 중인 금 등 원자재 투자도 관심을 끈다.

금이나 골드바를 직접 구매하는 것은 보관도 어렵고 거래비용이 커 불편하다. 전문가들은 환금성이 좋은 금 펀드나 미니 금선물을 추천한다. KODEX골드선물과 TIGER 금은선물 등 금과 관련된 ETF도 있어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다만 환 헤지를 하지 않는 일부 ETF는 환율 변동에 따라 수익이 제한될 수 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