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외국 사업자를 통해 중단된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밝히면서 정부가 대응 방안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아직 의사표시 수준이고 여러 여건상 잘 진행될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이지만, 북한이 이른바 `금강산특구법'에 따른 이 조치를 실행하면 안 그래도 꼬인 금강산 관광 문제의 해결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관측에서다.

지난 3일 미국의 한 한국계 기업은 북한과 금강산 관광사업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주장했고, 북한은 4일 방북한 현대아산 장경작 사장에게 다른 사업자 선정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하며 이를 간접시인했다.

정부는 북한이 미국의 이 업체 외에 다른 국외 사업자들도 유치하기 위해 움직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5일 "북측이 국제적인 중개상 등을 통해 해외 사업자를 대상으로 관광 사업에 참여할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는 말은 듣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이런 움직임은 특구법을 강행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북한은 금강산 지역을 외국 투자가에게 개방, 관광을 재개하겠다는 특구법을 지난 6월 발표하면서 금강산에 투자한 우리 기업에도 "국제관광에 참여하거나 금강산 내 재산을 정리하라"며 압박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29일에는 우리 기업에 3주를 협의시한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정부는 이런 조치가 기존 당국 간 합의사항은 물론 현대아산과의 계약 내용을 위배한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북한의 행동을 저지하고 금강산 문제를 풀 마땅한 대응 수단은 없는 상태다.

관광객 피격사건 사과 등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전제조건을 놓고 남북이 평행 대치를 하고 있는데다 북한의 조치가 현실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황을 더 악화시킬 법ㆍ외교적 대응카드를 당장 꺼내기도 시기적으로 맞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 안팎에서는 `대북 수해지원 카드'가 이산가족 상봉으로 이어지고 이런 유화적 분위기가 금강산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도 있었지만, 북한은 수해지원은 "배포가 크게 해달라"면서도 금강산 문제에는 강경 대처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각에는 북한이 이명박 대통령의 8ㆍ15 경축사를 겨냥,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 전환을 이끌어 내고자 압박수위를 높이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의 대북 제재와 관광수요, 인프라 문제 등의 이유로 해외 사업자를 통해 금강산 관광을 진행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이런 전망의 근거로 제시된다.

(서울연합뉴스) 강병철 기자 solec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