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1시 집중호우로 마을의 절반 이상이 침수피해를 입은 서울 방배동 전원마을 수재민들의 임시 거처가 마련된 등대교회 앞 천막식당.이날 이곳에선 1주일 동안 전원마을 피해복구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린 자원봉사자,수해주민 250여명이 한데 모여 오찬을 곁들인 이별 무대가 조촐하게 마련됐다. 전원마을은 지난달 26,27일 내린 폭우로 우면산에 산사태가 발생,6명이 숨지고 마을 전체 650가구 가운데 498가구가 침수되는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한 주민은 "폭우 속에서 허리까지 차오른 흙을 치운 군인,이들을 위해 밥과 빨래를 해주며 고생한 적십자 대원,주민들의 건강을 돌본 서울시 약사회,나눔진료봉사단이 아니었다면 조기 수해복구는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이들 덕택에) 황폐해진 주민들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누그러질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방배 2동 봉사단 소속 오숙희 씨(50)는 "1주일 내내 쉬지도 못하고 때로는 밤을 새기도 했지만 주민들이 수박 화채를 가지고 와선 '고맙다'는 말을 했을 때 피로가 싹 사라졌다"고 환하게 웃었다.
그러나 이날 주민들의 감사 인사도 잠시.20여명의 전원마을 수재민들은 또다시 짐을 꾸려야 했다. 그동안 임시거처로 사용했던 마을회관과 등대교회를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정부의 지원 없이 이러저리 옮겨다니며 '짐짝' 취급을 받는 상황을 성토하는 주민들이 곳곳에 보였다. 한 이재민은 "교회와 대한적십자에서 이제까지 우리를 도와줬지만 서초구에서 우리를 위해 해준 것이 뭐가 있느냐"며 "눈에 보이는 도로 등만 정비하고 정작 필요한 지원은 하지 않는다"며 서초구의 무관심을 질타했다.
전원마을 109호에 사는 한 주민은 "물이 나오지 않아 서초구에 요구해도 감감무소식"이라며 "지원을 위한 시스템 없이 우왕좌왕하는 서초구의 대응이 답답하다"고 비난했다.
마을 곳곳에는 '군 · 경 · 소방 · 적십자 여러분의 따뜻한 사랑과 보살핌이 절망에 빠진 저희를 살려냈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자원봉사자들을 배웅했다.
하지만 정작 복구 작업을 총괄하고 있는 서초구청의 이름은 빠져 있다는 사실을 서초구청은 어떻게 해석할까.
김우섭 지식사회부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