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휘발유값이 어제 ℓ당 2028원84전으로 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억지 인하가 종료된 지난달 7일(1991원33전)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오름세다. 정유사에 '성의표시'를 요구하고 주유소 장부를 들춰보겠다던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꿀먹은 벙어리가 됐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ℓ당 2000원은 안넘을 것이라고 했지만 서울에선 그 이튿날부터 2000원대다. 설상가상으로 낙농업자들은 3년간 동결된 원유(原乳)값을 올려달라며 어제 납품을 중단했다. 앞으로 우유값은 물론 아이스크림 과자 빵까지 덩달아 오를 게 뻔하다.

7월 소비자물가는 4.7% 뛰었다. 올 들어 7개월째 4%대 고공행진이다. 야당에선 이를 두고 MB정부의 '747 공약'이 실현됐다고 쾌재를 부르는 판이다. 문제는 8월 이후에도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는 점이다. 이미 전기료가 오른 데다 전 · 월세,대학등록금,가스 · 상수도 · 교통요금까지 들썩이고 있다. 가뜩이나 이른 추석(9월12일)에다 수해가 겹쳐 과일 · 채소대란도 염려된다. 당장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공공요금 인상시기를 늦추는 것 외에 뾰족한 게 없다. 급기야 박 장관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물가를 잡을 아이디어를 공모하겠다고 나섰다. 두 손 두 발 다 들었음을 실토한 셈이다.

우리는 작금의 물가대란이 시장원리를 무시한 정부에 대한 시장의 보복이라고 본다. 업자를 망신 주고 윽박지르고,안 되니 성의표시라도 하라는 '완장 장관'들의 자업자득이다. 금리인상은 뒷북만 치고 환율정책은 진퇴양난이니 최악의 결과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거시정책과 미시정책이 엇박자를 내는데 아이디어도 없는 장관들이 현장에 나가본들 장사 안돼 울상인 상인들만 귀찮게 할 뿐이다.

본란에서 누차 지적했듯이 시장원리 말고는 뛰는 물가를 잡을 수 있는 왕도(王道)란 있을 수 없다. 정부가 원가 들여다보고 가격을 강제로 눌러 성공했다는 얘기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들어본 적이 없다. 차라리 내버려두느니만 못한 짓은 그만두는 게 낫다. 우유값에 대해선 로베스피에르를 단두대로 보낸 그 유명한 반값 우유 파동을 모르진 않으실 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