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여성들을 위한 파운데이션 란제리 회사라고 하면 사무실 분위기가 화사한 꽃밭 같을 것이라고 농담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금은 여성 속옷이라는 업종의 특성상 여직원이 더 많다. 하지만 과거에는 디자인실처럼 여직원이 많은 특정 부서를 제외하면 영업부서나 상품개발부,관리부서 등에는 남성들이 가득했다. 여성들은 높은 지위까지 승진하기도 어려웠다. 여성들이 할 수 있는 직군과 능력에 한계가 있다고 여겼다. 하지만 요즘은 꽤 많이 달라진 모습이다. 남성들이 강한 분야로 인식됐던 부서에서도 이제는 여직원들이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여성 임원도 많이 선임됐다.

필자의 회사에서는 숙명여대와 함께 산 · 학 협력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멘토링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여러 가지 활동을 통해 멘티들은 실무 체험의 기회와 다양한 조언을 얻고,회사는 새로운 인력들의 활동을 통해 신선한 활력을 얻고 있다. 숙명여대 학생들의 톡톡 튀는 참신한 생각과 아이디어를 접하면 생각지도 못한 부분이라 놀라울 때가 많다. 그리고 아직 조직의 틀에 길들여지지 않아서인지는 몰라도 자유롭고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필자는 한국장학재단의 인재멘토링 네트워크인 코멘토(kormento) 활동을 하며 대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얼마 전 진행했던 모의면접에서 학생들은 놀랄 만큼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처럼 '남성만이 할 수 있고 여성은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만든 성차별의 벽,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이 급속도로 깨지고 있다. 주위에서는 여성들이 능력을 감추고 있다가 이제야 본색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우스갯소리도 하지만,많은 여성 인력과 함께 사회생활을 해온 필자는 이제야 그들의 능력이 제대로 평가받기 시작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기업에는 분석력과 전략적인 사고뿐 아니라 사안을 여러 각도에서 해석하고 포용할 수 있게 하는 다양한 능력이 요구되고 있다. 그리고 이성에 기초한 분석력과 전략적인 사고 외에도 감성에 바탕을 둔 섬세함과 유연성이 주목받고 있다. 남성에 비해 여성에게 발달한 감성적인 부분들이 능력으로 재발견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여성들과 함께 생활해 보면,여성의 유연하고 창의적인 사고는 복잡하고 다양한 감성을 지닌 소비자들을 효과적으로 분석해낸다. 여성만이 갖고 있는 '모성'에 바탕을 둔 부드러운 카리스마도 장점이다. 여성의 이런 점은 지금처럼 조직보다 개인이 우선시되는 시대에는 개인화된 구성원을 포용하고 이끌어가기에 매우 적합하다. 밀어붙이기식의 남성적인 카리스마보다는 여성의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주목받고 있다.

이제는 '여성이기에 힘들다'는 말 대신 '여성이기에 가능하다'는 말을 건네야 하는 시대다. 그동안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 보건대,가려져 있던 여성 인력의 장점을 재발견해 적재적소에 활용하면 성의 구분 없이 남녀가 팀을 이뤄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김진형 < 남영비비안 사장 kjh@vivi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