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대주주 일가족이 약세장에서 집중적으로 주식을 증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재벌닷컴에 따르면 2006년부터 지난 22일까지 상장사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주식 증여 및 상속은 총 1051건, 수증액은 3조3456억원이다. 이 중 대주주 자녀들이 부모나 가족으로부터 생전에 주식을 증여받은 것은 2조7921억원(869건)이었고, 상속은 5535억원(182건)이었다.

상장사 대주주의 주식 증여는 주가가 상대적으로 낮았던 2007~2009년 사이에 집중됐다. 연도별 증여건수를 보면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가가 폭락했던 2008년이 205건으로 가장 많았고, 2009년 203건, 2007년 141건, 지난해 112건 순이었다.

이는 주가가 낮은 시기에 증여를 해 세금을 줄이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주식시장이 본격 상승기에 접어든 지난해에는 증여건수가 증가세가 주춤했지만, 올 들어 다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초부터 지난 22일까지의 증여건수는 132건으로 지난해 전체 112건보다 많았고, 증여액도 2010년 1427억원보다 45% 증가한 207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5년 동안 부모나 가족으로부터 주식을 증여받아 단숨에 주식부호 대열에 오른 대주주도 많았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 남매는 2006년 9월 부친에게 각각 신세계 주식 84만주(3298억원)와 63만여주(2491억원)를 증여받았다. 증여세로 물납한 신세계 주식 56만여주를 제외해도 5년새 물려받은 지분 가치만 각각 894억원, 675억원 증가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부인과 세 아들도 2007년 회사 주식을 대거 증여받았다. 김 회장의 부인 서영민씨는 2007년 9월 한화 주식 136만주(944억원)를 받았고, 12월에는 장남 동관씨가 150만주(111억원), 차남 동원씨와 삼남 동선씨가 75만주씩(506억원)을 증여받았다.

서 씨의 주식가치는 510억원 불어났고, 동관씨 형제는 증여받은 뒤 나흘 만에 주식시장에서 처분에 증여세를 내고도 14억원과 7억원의 차익을 거뒀다.

이정훈 서울반도체 대표이사의 장남 민호씨와 장녀 민규씨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가가 폭락했던 2008년 저가로 증여받아 주식부호가 됐다. 두 사람은 2008년 12월10일 서울반도체 주식 448만여주씩을 주당 9000원대에 받았다. 증여 당일 종가 기준으로 406억원이던 것이 지난 22일 1074억원으로 불어났다. 668억원의 대박을 터트린 것이다.

이밖에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장남 남호씨가 2007년 증여받은 동부씨엔아이 주식 240여만주(156억원)로 326억원의 평가차익을 거뒀고,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사장의 장녀인 민정씨도 2007년 태평양 우선주 24만여주(232억원)를 증여받고 증여세를 빼고도 298억원의 차익을 올렸다.

장상돈 한국철강 회장의 아들인 장세홍 전무는 155억원, 박세종 세종공업 회장의 아들인 정길, 정규씨가 123억원씩,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174억원, 정몽열 KCC건설 사장이 145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뒀다.

또 2006년 이후 주식을 가장 많이 상속받은 사람은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 등 일가족으로 나타났다.

최 회장은 남편인 조수호 한진해운 전 회장이 사망한 뒤 한진해운 대한항공 한진 등 범 한진그룹 계열사 지분 772억원어치를 상속받았다. 딸인 유홍씨와 유경씨 자매도 480억원을 물려받았다. 일가족의 상속 주식은 모두 1800억원대에 달했다.

지난해 10월 작고한 고 설원봉 대한제당 회장의 아들 윤호씨가 380억원대의 회사 주식을 상속받은 것을 비롯해 유족 전체가 700원대 주식을 물려받았다.

양홍석 대신증권 부사장이 313억원, 박문덕 하이트그룹 회장이 199억원, 윤장섭 성보화학 회장의 손녀인 정선씨가 143억원, 고 김용현 삼목정공 회장의 아들 준년씨가 120억원의 주식 상속액을 기록했다.

한경닷컴 한민수 기자 h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