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감세를 놓고 정부와 국회 간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한반도선진화재단과 한국경제신문은 12일 '감세 철회 논쟁,어떻게 풀어가야 하나'를 주제로 월례토론회를 가졌다. 이날 토론회는 강정모 경희대 경영학 교수의 사회로 현진권 아주대 경제학 교수가 주제 발표를 한 뒤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대학원 교수와 전병목 조세연구원 기조실장 등 전문가들이 토론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평창은 되고 법인세 감세는 안 된다?

현진권 교수는 "평창이 최근 동계올림픽을 유치했는데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며 "그 이유는 평창올림픽이 대한민국의 국부(파이)를 키우는 효과가 있음을 대부분 국민들이 공감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 교수는 "감세도 장기적으로 투자를 촉진해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평창올림픽과 다를 게 없다"고 강조했다.

현 교수는 "엄밀하게 따져볼 때 법인은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에는 누군가에게로 세 부담이 전가된다"며 "법인세를 인상하면 종업원 임금을 깎거나,주주 배당금을 줄이거나,제품 판매가격을 인상하는 등의 방법으로 세부담이 전가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법인세는 국민 전체의 부담으로 귀착되므로 법인세가 누진세제로 갈 이유가 전혀 없다"며 "실제 미국 등 일부 나라를 제외한 대부분 국가들이 단일 세율을 채택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 교수는 또 "각 나라 정부들이 경쟁적으로 법인세 인하에 나서고 있다"며 "실제 198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법인세율은 48%였지만 지난해 26%로 낮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공산국가였던 러시아는 1991년 법인세율을 13% 단일세율로 낮추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 감성적 요구 무시 말아야"

반론도 있었다. 이철 서강대 경영학 교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정부의 고환율 정책으로 대기업들이 많은 이익을 냈지만 일반 국민들은 고물가로 희생을 했다"며 "감세 철회로 인한 재원을 복지에 쓰자는 국민들의 감성적인 요구가 꼭 지나치다고 볼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박기백 교수도 "이론적으로는 법인세가 경제의 효율성을 저해하기 때문에 감세하는 게 맞다"면서도 "그러나 이미 세율이 충분히 낮아진 상태이기 때문에 감세보다는 각종 비과세 및 감면을 축소해 실효세율을 높이는 게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전병목 기조실장은 "대표적 비과세 · 감면 제도인 임시투자세액공제는 혜택의 대부분을 대기업이 가져가고 있다"며 "이론적으로 보더라도 세제를 단순화하는 측면에서 임투세액공제 등 비과세 · 감면제도를 폐지하고 세율을 내리는 게 맞다"고 감세 필요성을 강조했다.

◆'부자감세' 아닌 '감세부자' 돼야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은 "감세 논쟁을 보면 국가의 정책과제가 권력 다툼의 수단으로 전락한 것 같아 안타깝다"며 "'부자감세'와 같은 계급투쟁적이고 국론분열적인 구호가 등장하는 것도 포퓰리즘의 전형"이라고 지적했다. 박 이사장은 "포퓰리즘의 산을 넘지 못한다면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없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학계 전문가들과 지식인들이 시시비비를 가려주고 정론을 세우는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오현 동국대 명예교수는 "전문직과 자영업자들의 세원이 제대로 노출되지 않고 있다"며 "과세 기반을 확대하고 대신 세율을 내려 전체 세수를 키우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창원 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고용 없는 성장,청년 실업 등의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감세와 고용을 연계하는 방법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