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하이닉스 인수전에 뛰어든 SK텔레콤과 STX에 대해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SK텔레콤은 이틀 연속 대규모 매도에 나선 반면 STX에 대해선 소폭이나마 순매수를 보였다. 외국인 매물로 SK텔레콤은 3.68%(5500원) 하락한 14만4000원까지 밀렸다. 최근 1년 새 가장 낮은 수준이다. STX도 기관 매물 등으로 2.86% 떨어졌다. 외국인의 엇갈린 행보는 SK텔레콤의 하이닉스 인수 가능성이 더 높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안정적 투자에 부정적"

외국인은 SK텔레콤을 지난 8일 372억원어치를 순매도한 데 이어 11일 227억원어치를 팔았다. 이틀 동안 40여만주를 매도해 외국인 지분율은 49.0%에서 48.5%로 낮아졌다. 외국인은 SK텔레콤의 하이닉스 인수에 따른 시너지 효과와 별개로 배당의 불확실성이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다이와증권은 "SK텔레콤의 하이닉스 인수는 배당과 관련해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라며 목표주가를 17만3000원에서 16만25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증권은 "SK그룹이 반도체 부문의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영업 시너지는 제한적"이라며 "입찰과 관련된 불확실성이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코리아지수에서 SK텔레콤을 제외하고 KT를 포함시킬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주가의 단기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지훈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경기방어적 성격과 안정적인 수익성,배당이라는 SK텔레콤의 투자 매력이 하이닉스를 인수할 경우 상당 부분 훼손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사업다각화 측면에선 긍정적

SK텔레콤의 하이닉스 인수에 부정적 시각만 있는 것은 아니다. UBS증권 KTB투자증권 KB투자증권 등은 주가엔 단기적으로 부정적이지만 사업 다각화 측면에서는 의미있는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UBS증권은 "하이닉스 인수는 경쟁이 치열하고 규제가 심한 통신업에서 벗어나 해외 성장을 노려볼 수 있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SK그룹 계열사인 SK증권도 "채권단 지분 15%를 포함해 약 20%의 지분을 인수하더라도 인수금액은 3조1400억원 선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사업 다각화의 가능성을 열고 있다"고 밝혔다.

외국인이 STX를 이틀 새 11만7000주를 매수한 것은 하이닉스 인수에 따른 시너지 효과보다는 실제 인수할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전용기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시장에서는 STX가 인수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보는 것 같다"며 "회사 측이 무리하게 인수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힌 점도 투자심리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STX는 지난주 중동의 펀드와 50 대 50으로 인수 자금을 부담하고 계열사 우량 및 현금성 자산을 매각하면 100% 무차입 인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손성태/서정환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