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은행이 정책금리(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것은 1년 전인 지난해 7월이었다. 2008년 9월 연 5.25%였던 기준금리를 2009년 2월 연 2.0%로 낮춘 이후 17개월 만의 인상이었다.

한은은 이후 네 차례 더 인상을 단행,현재 기준금리를 연 3.25%로 운용하고 있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지금까지 기준금리 수준을 적정하게 관리해 왔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시장에선 김 총재의 판단과는 사뭇 다른 평가를 내놓고 있다. 시장에선 한은의 금리 인상 속도가 더뎌 물가를 안정시키는 데 역부족이었다고 보고 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은 지난해 10월 4%를 넘기 시작했으며 올해 들어선 6개월 연속 4%를 웃돌고 있다. 4%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한은이 내 건 목표치(2~4%)의 상한선이다. 목표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한은이 한은법 1조에 명시된 존재이유(물가안정)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시장에선 이와 함께 금리인상의 '타이밍'에도 다소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여러 경제지표와 한은 관계자들의 발언 등으로 기준금리 인상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는 동결했다가 예상치 않은 시점에 인상을 단행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는 것이다. '뜻밖의 동결'은 지난해 9월과 올해 5월,'의외의 인상'은 올해 1월이 꼽히고 있다. 시장 관계자들은 이 같은 이유 때문에 한은을 '따로 노는 한은'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번주에 가장 주목할 정책 결정은 14일 한은의 통화정책방향회의다. 국내 대표 이코노미스트 20명으로 구성된 한경이코노미스트클럽은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을 80% 정도로 보고 있다. 두 달 연속 인상은 하지 않을 것이란 게 가장 큰 이유다. 하지만 한은이 워낙 독특하게 굴러가다보니 예측불허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가격 지표 중에선 환율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주 후반 원 · 달러 환율은 근 3년 만에 1050원대로 하락했다. 미국의 성장 둔화와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상 등에 따른 글로벌 달러 약세 영향을 크게 받았다.

한국이 내년까지는 상대적으로 탄탄한 경제흐름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인 만큼 향후 환율 하락 추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환율을 올리는 쪽으로 작용할 변수는 외환당국(기획재정부와 한은)의 개입 외에는 없다. '쏠림'방지를 위한 개입이 나올 경우 1060원 이상으로 다시 오를 수 있지만 그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많다.

보고서로는 오는 15일 한은이 내놓는 '하반기 경제전망'이 주목된다. 여기엔 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전망이 핵심인데 한은은 현재까지 올해 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각각 4.5%와 3.9%로 유지하고 있다.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 3%대는 한은이 유일한데 이번 보고서에서 4%대로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계에선 SC제일은행 노동조합의 파업 강행 여부가 관심을 모은다. 이 은행 노조는 사측의 성과연봉제 도입 방침에 반발해 지난달 27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사측은 협상을 진행하면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파업이 장기화하면 일부 영업점 폐쇄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사측은 392개 영업점 가운데 정상적인 고객 서비스가 어려운 43개 점포를 일시 폐쇄 대상으로 잡아놓고 있다.

박준동 경제부 차장 / 금융팀장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