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빌딩업계에는 서울 강남 요지의 K빌딩이 유명 게임업체로 넘어간 게 화제다. 부모로부터 자산을 물려받은 아들은 시가 1500억원대인 18층짜리 이 빌딩을 공매로 잃었다. 빌딩 관리에 만족하지 못하고 다른 사업을 하다 실패한 게 원인이다. 이처럼 자산은 수성하기가 힘들다.

최근 부동산 임대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빌딩 소유주들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빈 사무실이 늘고 있는 경우부터 임차인이 어느 날 "조건이 더 좋은 다른 빌딩으로 옮기겠다"고 통보하는 바람에 난감해하는 소유주까지 다양하다.

70대의 노부부는 15년 전부터 강남구 삼성동 이면도로에 있는 연건평 1000여평의 빌딩을 직접 관리해 오다가 2년 전 실직상태에 있는 아들에게 관리권을 넘겼다. 이 아들은 대인관계가 미숙해 임차인과 자주 언쟁을 하는 바람에 문제가 생겼다. 공실률이 30%로 치솟은데다 임대료 미수금도 1억원을 넘겨 대출금 이자를 감당하기가 힘들어졌다.

서울 방배동에 연건평 300여평의 빌딩 2개를 가진 김모씨도 마찬가지다. 빌딩 1층에는 부동산중개업소가 10년째 영업하고 있었으나 김씨는 임대료를 10만원 올려달라고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홧김에 나가라고 했다. 1층은 1년 넘게 텅 비어 있다. 두 경우 모두 아마추어식으로 빌딩을 관리하다가 어려움을 겪는 케이스다.

전문가들은 차라리 자산관리회사에 빌딩 관리를 위탁하면 속편하게 임차인을 구하고,현금 관리도 체계적으로 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빌딩임대 시장의 패러다임이 임대인 시장에서 임차인 시장으로 바뀌었기 때문.임차인을 골라서 계약하던 경기 호황기의 관리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도태될 수 있다.

[Editor's Note] 1500억짜리 빌딩, 주인 바뀐 사연
부동산자산관리 회사인 글로벌PMC의 김용남 대표는 "빌딩 임대사업의 핵심은 현금흐름 관리"라며 "수익이 안정적으로 나오는가에 따라 빌딩 가치가 결정되는 시기에는 주먹구구식의 관리로는 수익을 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자산의 관리를 펀드매니저에게 맡기는 것처럼 수익형부동산의 관리도 프로에게 맡기는 시대다.

정구학 편집국 부국장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