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아이언맨' 등으로 유명한 미국의 마블 스튜디오가 새 영화 '캡틴 아메리카: 더 퍼스트 어벤저'를 개봉하면서 한국 등 일부 해외 국가에서는 원제에서 '캡틴 아메리카'를 뺀 '퍼스트 어벤저'라는 이름으로 스크린에 올리기로 했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은 4일(현지시각) 마블 스튜디오가 일반에 많이 알려져 있어 브랜드 가치가 높은 '캡틴 아메리카'라는 이름을 제목에서 굳이 뺀 이유를 보도했다.

할리우드 제작사들이 해외에 영화를 배급할 때 원제를 바꾸는 것은 사실 흔한 일이다.

보통은 번역 문제 때문인데, 마케팅에 있어 또 한가지 고려 사항은 '미국적인 것'을 명시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캡틴 아메리카'의 경우도 처음에는 미국 밖에서는 '더 퍼스트 어벤저'라는 이름으로 개봉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공동 제작사인 파라마운트에서 '캡틴 아메리카'라는 이름의 브랜드 가치가 너무 크다는 점을 지적했고 결국 마블과 파라마운트는 한국, 러시아, 우크라이나를 제외한 세계 모든 나라에서 원제를 그대로 쓰기로 했다.

마블과 파라마운트는 이들 3개국에서만 이같이 하기로 한 데 대해 언급을 거부했지만 브랜드 인지도가 높다는 것 외에 문화, 정치적 이유를 고려한 결정이라는 게 이번 조치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의 설명이다.

한국의 경우 오랜 미군 주둔에 대한 거부감이 존재한다는 점이 고려됐다.

마블과 파라마운트는 특히 영화의 주 타깃인 젊은 층에서 이 같은 정서가 더 강하다는 점을 우려했다.

지난해 '아이언맨 2'가 개봉했을 때 한국 젊은 층이 올린 티켓 판매고는 2천700만 달러에 달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경우 냉전으로 마블의 만화책들이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는 점과 여전한 반미정서가 주요 요인이었다.

마블과 파라마운트는 빠르게 성장하는 영화 시장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걸려 있는 수익이 너무 크다는 점 때문에 제목을 갖고 모험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또 '캡틴 아메리카'는 중국 본토에서는 아예 개봉이 되지 않을 전망이다.

이는 중국 당국이 매년 단 20편의 외국영화만 개봉할 수 있도록 한 데 따른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k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