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전문가 "내년 공산당 상무위원 선출에 영향"
기념식 불참계기 `와병설' 확산..태자당.상하이방 타격 가능성

장쩌민(江澤民.85) 전 중국 국가주석의 `와병설'이 나돌면서 그의 건강상황이 2012년 하반기로 예정된 중국 공산당의 차기 지도부 개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상하이방(上海幇ㆍ상하이를 기반으로 권력을 다진 정치인을 지칭하는 말)의 거두인 장 전 주석은 2005년 5월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을 끝으로 권좌에서 물러난 뒤에도 막후에서 `원로정치'(元老政治)를 통해 상당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특히 장 전 주석은 내년 가을 중국 공산당 차기 지도부 선출 과정에서 막후 정치를 통해 상하이방과 태자당(太子黨.혁명원로 및 고위간부 자제들로 구성된 정치인을 지칭)에 대한 지원사격에 나설 것으로 관측돼 왔다.

중국 공산당은 2012년 가을에 열리는 제18차 전국대표대회(제 18차 당대회)에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겸 당 총서기의 뒤를 이을 총서기와 중앙정치국 상무위원들을 선출하게 된다.

이런 가운데 장 전 주석이 지난 1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 창당 90주년 기념행사에 불참함으로써 `와병설'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일부 홍콩의 중국 전문가들은 장 전 주석의 `건강악화'가 중국 공산당 차기지도부 개편과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성급한 관측을 내놓고 있다.

3일 명보(明報)에 따르면 홍콩의 시사평론가인 류루이사오(劉銳紹)씨는 "장쩌민의 중국 공산당 창당 90주년 기념식 불참은 예사롭지 않은 일"이라면서 건강 문제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면서 류 씨는 장 전 주석의 `건강악화'가 내년 가을로 예정된 중국 공산당 차기 지도부 선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물론 장 전 주석의 건강악화설에도 불구하고 후 주석의 뒤를 이를 것이 확실시되는 시진핑(習近平) 부주석과 차기총리로 유력시되는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거취에는 변함이 없으나, 나머지 중앙정치국 상무위원들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류 씨는 관측했다.

장 전 주석의 와병설이 사실이라면 상하이방이나 태자당 출신들에게 불리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 문제 전문가들은 장 전 주석이 중요한 정치적인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해온 점을 들어 그의 이번 중국 공산당 90주년 기념식 불참을 예사롭지 않은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장 전 주석은 2009년 8월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2009년 10월 건국 60주년 기념 열병식을 비롯한 중요 정치행사에 참석한 바 있다.

장 전 주석의 이번 공산당 창당 90주년 기념식 불참을 계기로 장 전 주석의 `와병설'이 급속히 퍼지고 있다고 있다고 홍콩 신문들은 전했다.

앞서 홍콩의 봉황위성TV 웹사이트에는 지난달 25일 장 주석이 지난 4월 중병에 걸렸다는 글이 게재된 바 있다.

이 글은 곧바로 웹사이트에서 삭제됐지만 대만의 연합보(聯合報) 등은 이 글을 토대로 장 전 주석의 와병설을 소개했다.

지난 5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 때에는 장 전 주석이 자신의 고향인 장쑤(江蘇)성 양저우(揚州)에서 김 위원장과 회동했을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지만, 이는 `추측성 보도'에 불과했을 것이라는 게 중국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작년 11월에도 `장쩌민 사망설'이 인터넷에 나돌자 서둘러 진화에 나선 바 있어이번에는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반관영 통신사인 중국신문사 등 중국 언론매체들은 당시 장 전 주석이 서문을 쓴 러시아 출신 자동차 엔지니어 키레프의 회고록 출판기념회가 열렸다는 기사를 일제히 보도하는 방식으로 사망설을 불식시킨 바 있다.

장 전 주석은 작년 4월 22일 상하이엑스포 개막을 2주 앞두고 리펑(李鵬),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 등과 함께 위정성(兪正聲) 상하이시 당서기의 안내로 엑스포관을 참관한 이후 대중들에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당시 학생들에게 온건한 입장을 보이다 실각한 자오쯔양(趙紫陽) 전 중국 공산당 총서기에 이어 총서기를 맡아 2005년 5월 중국 국가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에서 물러날 때까지 16년 가량 중국의 최고 지도자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해 왔다.

한편 중국 공산당 창당 90주년 기념식에는 후 주석을 비롯한 현 지도부 이외에도 리펑(李鵬),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 쩡칭훙(曾慶紅) 전 국가 부주석이을 비롯한 원로 당원들도 대거 참석했다.

그러나 차기 상무위원 자리를 놓고 물밑경합을 벌이고 있는 보시라이(薄熙來) 충칭(重慶)시 당서기, 왕양(汪洋) 광둥(廣東)성 당서기, 위정성 상하이시 당서기, 장가오리(張高麗) 톈진(天津)시 당 서기 등 4명의 주요 지역 당서기들은 자리를 함께 하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홍콩연합뉴스) 정재용 특파원 jj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