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코프스키 국제콩쿠르를 휩쓴 젊은 음악가들은 당찬 성격만큼이나 여유있게 결과를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의 꽃'인 피아노 부문에서 2위를 차지하고 특별상 2개까지 받은 손열음 씨(25)는 "우승을 못해 아쉽지만 최선을 다했다"며 "3위를 차지한 성진이(조성진)와 같이 잘 된 게 너무 기분이 좋고 앞으로도 잘 커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남자 성악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박종민 씨는 "정말 꿈만 같다. 고등학교 때 성악을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봤던 동영상이 스승인 최현수 교수님의 1990년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성악 부문 1등 모습이었다. 그걸 보고 나도 언젠가는 이 콩쿠르에 참가를 하겠다고 마음먹었었는데 이렇게 선생님의 발걸음을 따라갈 수 있게 될 줄은 몰랐다. 너무나 감격스럽다"고 했다.

2002년부터 2009년까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전문가 과정을 마친 뒤 2009년 독일로 건너간 여자 성악 부문 1위 소프라노 서선영 씨(27)는 "어릴 때부터 서둘러 외국으로 나가는 것보다 한국에서 기초를 다지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이든 미국이든 자기가 공부하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면 최고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 클래식 음악계도 환호했다. 제14회 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한국 연주자와 성악가가 각종 상을 휩쓸자 한국인들은 "자랑스럽다. 감격스럽다"며 "이번 콩쿠르는 또 다른 시작이다. 젊은 음악인이 대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과 기회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피아니스트 신수정 전 서울대 음대 학장은 "우리나라 젊은 음악인들이 나이는 어리지만 큰 세계무대에 당당하게 나가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능력을 다 보여준 점이 너무나 자랑스럽하다"고 칭찬했다.

피아니스트 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매우 감격스럽다. 음악계에서는 피아노를 잘 치면 '피아니스트 됐다'고 하고,그 단계를 넘어서면 '아티스트가 됐다'고 하는 데 손열음의 경우 이제 아티스트 수준에 접어든 게 아닌가 싶다"며 "다만 피아노 부문 심사위원에 동양인 음악가가 한 명도 없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제 남은 일은 국제 경쟁력과 해외 네트워크를 갖춘 기획사가 생겨서 이런 젊은 음악인을 세계무대에 진출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1990년 이 콩쿠르에서 수상한 바리톤 최현수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21년 전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할 당시 성악 부문 남녀 우승자가 이고르 치차코프라는 한 선생님의 제자였는데,이번 대회에서 제자 박종민과 서선영이 나란히 우승해 감회가 새롭다"며 "앞으로 해외 유학을 가지 않고 국내에서 공부한 음악인의 입상 소식이 계속 들릴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