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간자장, 삼선자장 또 만들 뿐인 외식비 규제

기름값과 등록금에 이어 이제는 외식비가 관제 가격 체제로 돌아갈 모양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외식비에 대한 통제 강화를 하반기 물가대책의 제1주제로 선정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외식비 상승률이 뜀박질하고 있는 것이 좋다는 말이 아니다. 2월 이후 매달 3%(전년 동기비)를 넘어서는 등 인플레 심리에 편승해 지나치게 많이 오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 밀가루 값이 50원가량 올랐지만 칼국수 가격은 1000원이나 올랐다. 신라면 블랙도 그런 사정이니 시장주의자를 자처하는 박 장관이 체감도 높은 외식비에 직접 손을 대겠다고 한 것도 나름의 이유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외식비 직접 규제가 인플레이션 억제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직접적인 가격 통제는 성공한 적도 없고 언제나 부작용만 낳아왔다는 것을 우리는 그동안 숱하게 경험해왔다. 과거 정부가 개별 품목 가격을 직접 통제하던 시절 자장면 값을 못 올리게 할 때마다 쟁반자장 볶음자장 간자장 삼선자장 등 온갖 형태의 새로운 자장면이 편법적인 가격인상 수단으로 등장했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그것은 풍선과 같아서 한쪽을 누르면 반드시 다른 쪽에서 부풀어 오르게 마련이다.

물론 좀체 잡히지 않는 물가에 대한 정부의 고민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물가안정은 금리나 통화와 같은 거시 수단으로 해결할 문제일 뿐 결코 외식비를 억누른다고 해결될 수는 없다. 그것이 가능하다면 올초 공정위가 가격불안 품목 전면조사에 나섰는데도 지금까지 물가가 잡히지 않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지나치게 비싼 음식값 더구나 외식비는 이를 지불할 의사가 있는 사람만 지불하면 되는 것이고 맛은 없고 비싸기만 한 식당이라면 도태되도록 내버려 두면 된다. 직접적인 가격 통제는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재정부가 가격을 통제할 방법도 없다. 결국 국세청을 동원해 입회조사하거나 탈세가 없는지를 협박하듯 하든가 공정위가 엄포를 놓는 식으로 물가 지도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인데 이런 방법은 결코 선량한 정부가 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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