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기관, 금융주 '엇갈린 베팅'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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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멀리 보고 두 달 새 1조4000억 사들여
단기 수익률에 민감한 기관은 5900억 매도
단기 수익률에 민감한 기관은 5900억 매도
금융주에 대한 기관과 외국인의 움직임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고점을 찍은 5월2일 이후 기관은 금융주를 팔고 있지만 외국인은 어떤 업종보다 강한 매수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 전체에 대해서는 기관이 매수 우위,외국인은 매도우위지만 유독 금융주에서만은 반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시장 전망과 자금 운용방식의 차이에서 이 같은 현상이 빚어진 것으로 진단한다. 또 금융주가 하반기 증시에서 '차 · 화 · 정(자동차,화학,정유)'과 주도주 다툼을 벌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반대로 가는 기관과 외국인 매매
외국인은 5월 이후 약 2개월 동안 은행 증권 등 금융주를 1조4050억원어치 사들였다.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4828억원을 순매도하는 와중에 금융주에만 유독 진한 애정을 드러낸 것이다. 반면 기관은 2조112억원을 순매수했지만 금융주는 5943억원어치 처분했다.
종목별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하나금융지주로 4212억원 매수우위지만,기관은 4779억원어치를 팔았다. KB금융은 기관이 2651억원을 파는 동안 외국인이 2169억원을 사들였다. 증권주에서는 외국인이 삼성증권을 681억원 순매수했지만 기관은 948억원 순매도했다.
기존 주도주인 차 · 화 · 정에 대한 매매 패턴은 금융주와 정반대다. 기관은 화학주를 1조2799억원 순매수해 비중을 높였지만 외국인은 2조3981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정유주에서도 기관은 에쓰오일을 5월 이후 418억원 추가매수했지만 외국인은 262억원 매도 우위다.
◆시장 전망과 운용방식 차이 때문
이 같은 상반된 움직임에 대해 용대인 동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이 더 길게 보고 금융주에 접근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일찍부터 '차 · 화 · 정'에서 차익실현을 해 현금을 확보한 외국인들이 펀더멘털 대비 저평가된 은행주를 중심으로 금융주를 매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용 센터장은 "외국인은 작년 '자문사 7공주'등 주도주가 나왔을 때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독자적인 매매패턴을 보였다"며 "상승장에서 부진했던 내수주로 눈을 돌리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투자자문사 등 국내 기관은 단기 수익률에 민감한 특성상 기존 주도주를 계속 따라가는 모습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차 · 화 · 정'을 중심으로 단기수익률 관리를 하다 보니 펀더멘털과 상관없이 기관이 금융주를 과매도하는 모습이 연출됐다"고 말했다.
◆금융주,차 · 화 · 정 넘어설까
7월 이후에도 외국인의 매수세가 꾸준히 유입될 경우 금융주가 차 · 화 · 정의 뒤를 잇는 시장 주도주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 하반기 차 · 화 · 정은 과거와 같은 실적 성장세를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에 주가상승폭이 제한적일 것"이라며 "내수주와 턴어라운드주로 시장의 관심이 옮겨갈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은행 · 증권주는 내수주이면서 펀더멘털 대비 저평가 상태여서 각광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승준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방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면서 은행주의 발목을 잡았던 미분양 리스크가 줄어들고 있다"며 "올해 세 번의 금리 인상으로 수익률도 좋아질 것으로 보여 은행주의 '주가 할인'은 점차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정균 SK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증권주의 실적 악화는 블록딜(주식 대량 매매)과 기업공개 과정에서 나타난 일회적인 것"이라며 "개인자산관리 부문의 성장과 헤지펀드 도입에 따른 신사업 개척으로 하반기에는 주가 재평가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