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아주기' 전산ㆍ물류ㆍ광고로 조사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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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편법 富 상속 확인되면 증여세 등 부과
재계 "공정법 있는데 또 규제…부담만 가중"
재계 "공정법 있는데 또 규제…부담만 가중"
정부가 제일기획 이노션 SKMC(대기업 계열 광고대행사)와 글로비스(대기업 물류 계열사) 삼성SDS(대기업 전산 계열사) 등 내부 거래 비중이 높은 대기업 계열사들에 대한 실태조사에 나선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한 결과 일감 몰아주기로 편법적 부(富)의 승계가 이뤄졌다고 판단되면 상속세와 증여세를 부과하는 법적 근거도 만들어 8월 중 입법을 추진키로 했다. 산업계는 이 같은 방침이 알려지자 "기업경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30일 국회에서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및 MRO(소모성 자재구입) 관련 당 · 정 협의를 갖고 이 같은 안을 확정,발표했다. 김성식 정책위 부의장은 "대기업 MRO가 중소 · 영세상인들의 이익을 침범하고 경영을 어렵게 한 사실이 확연하다"며 "이 기회에 유통분야인 대기업 MRO를 포함해 전산 물류 광고 등의 분야에서도 대기업이 자녀가 대주주로 있는 계열사에 일감 몰아주기로 편법이나 변칙적으로 부를 상속한 사실이 확인되면 상속 및 증여세를 매긴다는 방침을 정부와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주영 정책위 의장은 "최근 한 기관의 연구결과를 보면,29개 대그룹의 190명이 계열사 물량 몰아주기로 약 10조원의 재산을 증식했다"며 "중소기업을 어렵게 하면서 편법적으로 부를 승계하는 행위를 차단하는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기획재정부는 다른 부처,전문가 등과 함께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어 일감 몰아주기로 성장한 회사의 주식가치 증가분(상장시)과 영업권 증가분(비상장시)에서 내부거래 비중만큼을 상속세나 증여세로 물리는 내용의 세법 개정안을 8월 중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경제계는 반발했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대기업의 손발을 다 묶으면 글로벌 시장에서 어떻게 싸우라는 것이냐"며 "비정상적 거래에 대해선 이미 공정거래법과 상법 등으로 규제장치가 있는데,여기에 또 다른 법을 만들어 상속세와 증여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은 대기업에 부담을 지우려는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한나라당과 정부는 계열사 간 거래는 무조건 비도덕적이고 계열사가 아닌 곳과의 거래는 좋은 것이라는 이분법에 빠져 있다"며 "외국기업에 대해서도 이 같은 규제를 도입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전산이나 광고사업은 기업 고유의 노하우와 문화가 담긴 영역이라 외부에 쉽게 오픈하기 힘든 측면이 있는데 이 점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A 대기업의 관계자는 "계열사 간 거래도 기본적으로 경쟁을 통해 이뤄지고 계열사라 해도 경쟁력이 없으면 거래가 지속되기 힘들다"며 "계열사 간 거래를 규제하게 되면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들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한편 정부 · 여당은 대기업 MRO의 내부 거래내역을 공시할 대상을 확대키로 했다. 현재 공시 대상 기업은 동일인이나 친족 지분이 30% 이상으로 돼 있는데,이를 20% 이상으로 낮추고 향후 검토를 통해 더 내리기로 했다.
지분율은 작년 50%에서 30%로 내려간 것이다. 이에 따라 당장 217개의 공시 대상기업은 245개 기업으로 28개가 늘어날 것으로 정부 · 여당은 내다봤다.
김재후/김수언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