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사태가 긴축안 통과로 일단 큰 고비를 넘기자 증시 전문가들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당분간은 유럽 재정 문제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증시가 탄탄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많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30일 "그리스의 디폴트 리스크는 봉합됐다"며 "그리스 문제에 대한 시장 민감도는 점점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는 그리스보다 미국의 정책을 주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 팀장은 "재정을 건전화해야 한다는 이유로 미국 공화당이 공격적으로 예산을 줄이려 하고 있고, 이 부분을 시장은 매우 우려한다"며 "하지만 현 상황에서 예산 삭감 요구는 완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경제상황을 감안하면 공화당의 요구대로 큰 폭의 예산 삭감은 힘들고, 오히려 인프라 확대 등 재정이 확장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그는 "3분기는 유럽 재정위기 완화와 미국의 정책 변화로 증시가 상승할 것으로 본다"면서 "철강, 건설 등 내수주와 자동차 업종이 장을 이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병현 동양종금증권 연구원도 "유럽의 재정 문제가 한풀 꺽인 만큼 이제는 미국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경기지표 기대치가 현재 크게 낮은 상태여서 조금만 좋게 나와도 증시에 긍정적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조 연구원은 "경기 지표와 비슷하게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크게 낮아 어닝 쇼크 수준만 아니라면 실적이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가동률이 정상화된다고 가정하면 미국 기업들은 사상 최대 수준으로 쌓아놓은 현금을 설비투자에 활용할 것"이라며 "이 경우 한국의 IT(정보기술) 업체들이 수혜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IT 경기는 그 어느때보다 좋지 않지만, '턴어라운드' 시점이 얼마 안 남았다는 분석이다.

조 연구원은 또 "상반기 시장 주도주였던 정유는 유가에 민감한데, 각국 정부가 유가 상승을 용인하지 않는 분위기여서 탄력적으로 상승하긴 힘들다"며 "하지만 화학은 수요가 뒷받침이 되고 있어 더 오를 여지가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