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다음달 1일부터 앱스토어에서 자사의 모바일 결제시스템(IAP)을 따르지 않는 모든 애플리케이션(앱 · 응용프로그램)을 퇴출시킨다. 이에 따라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사용하는 전자책,음악,게임 등 많은 앱들이 사용자도 모르게 삭제될 것으로 보인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국내 앱 개발사들에 대해 '디지털 콘텐츠 거래가 이뤄질 경우 자사의 결제 시스템을 적용하라'는 통보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애플은 자사의 카드결제가 아닌 휴대폰 결제,온라인 송금 및 웹 링크를 활용한 결제 수단을 적용한 앱은 통보 없이 삭제할 수 있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애플은 이 같은 원칙을 이미 지난 2월 발표한 바 있으나 이를 직접 적용하겠다고 통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카카오도 위험?

현재 국내 앱스토어에 등록된 20만여개의 앱 중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e북 앱인 'YES24전자책' 등 수십여개의 인기 앱이 애플의 결제시스템을 채택하지 않고 있어 관련업계에 파문을 몰고올 전망이다.

애플 결제시스템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삭제 경고'를 받은 업체는 '쿡북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KT와 국내 1위 인터넷서점인 예스24,전자책 유통업체인 한국이퍼브 등이다. 한때 애플로부터 통보를 받았다는 소문이 난 카카오는 일단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이제범 카카오 대표는 "지금까지 애플로부터 이와 관련된 어떤 연락도 받은 적이 없다"면서 "카카오톡의 '선물하기' 기능의 경우 디지털 콘텐츠가 아닌 현물 상품권을 거래하는 것이어서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만약에 대비해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애플의 결제시스템을 적용할 경우 무료 앱이라 할지라도 디지털 콘텐츠 거래매출의 30%를 애플 측에 넘겨줘야 한다는 점이다.

애플은 그동안 앱스토어에서 유료 앱을 팔 때 매출의 30%를 수수료로 받아왔지만,무료 앱 내에서 별도 결제수단으로 디지털 콘텐츠를 파는 경우는 일일이 차단하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무료 앱 내에서 발생하는 전자상거래에 대해 자사의 결제시스템을 적용할 경우 매출의 30%를 떼고,다른 결제시스템을 이용할 경우에는 앱 자체를 삭제하겠다는 것이다.

◆NHN도 앱스토어 포기

업계에서는 애플이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각 앱의 특성과 디지털 콘텐츠의 성격을 무시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애플의 통제가 일방적이고 자의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실제 애플의 앱스토어 심사기준을 들여다보면 모호한 기준들이 많다.

예를 들어 '유용하지 않거나,지속적인 재미를 제공하지 않는 앱은 거부될 수 있다','기존의 애플 제품 또는 광고 문구와 혼란을 줄 정도로 유사한 앱은 거부될 수 있다' 등의 문구는 애플이 자신의 입맛대로 앱을 승인 또는 삭제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고 있다. 때문에 '선물하기'기능에 한국의 모바일 결제시스템을 탑재하고 있는 카카오톡에도 애플이 제동을 걸 개연성이 다분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급속한 디지털화 환경에 놓여 있는 음악 도서 출판업계는 매출의 30%를 고스란히 내주고도 생존할 수 있느냐 여부를 걱정하고 있다. 애플은 자사의 글로벌 기준을 강조하며 어떤 경우에도 예외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가뜩이나 영세한 문화산업계의 수익구조로는 도저히 채산성을 맞출 수가 없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국내 포털 1위업체인 NHN조차 애플에 넘겨줘야 할 수익에 부담을 느껴 최근 앱 '네이버 북스'를 안드로이드 기반에만 내놨다.

김상헌 NHN 대표는 "애플만의 앱 내 결제 시스템 때문에 아이폰 이용자들은 '네이버 북스'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다른 콘텐츠 유통업자들도 우리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인규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단말기(아이폰) OS(iOS) 콘텐츠(앱스토어) 등에서 강력한 시장 장악력을 가진 애플이 자사의 방침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은 불공정 행위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임원기/김주완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