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규 검찰총장(56 · 사진)이 검찰 · 경찰 수사권 조정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를 하루 앞둔 29일 사의를 시사했다. 이날 수사권 조정안에 반발한 검찰 간부들의 항명성 집단 사표도 이어졌다. 홍만표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52 · 검사장) 등 그동안 수사권 실무자인 검찰 간부 4명과 대구지검 소속 부장검사 1명이 먼저 사표를 냈다. 이어 대검 검사장 4명도 사의를 표명했다.

◆김준규 검찰총장 사퇴 시사

"수사권 절충 수용 못해"…대검 간부 집단사의 '항명'
김 총장은 이날 "법사위 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세계검찰총장회의 폐막 후인 다음달 4일 직접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현재 대검 주재로 세계검찰총장회의를 개최하고 있기 때문에 당장은 거취 표명이 곤란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책임을 지려면 국회 본회의 전에 사퇴하라"는 검찰 내부 여론이 팽배한 상태라 김 총장이 감당해야 할 후폭풍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김홍일 중수부장을 비롯해 신종대 공안부장,조영곤 강력부장,정병두 공판송무부장 등 검사장 전원도 사의를 표명했다. 이들과 김 총장은 오후 10시30분부터 서울의 한 호텔에서 긴급 회의를 하며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당초 검찰은 지난 20일 '검찰이 경찰의 모든 수사를 지휘하되 경찰은 자체적으로 수사를 시작한다'는 합의안을 도출했을 때만 해도 여유있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지난 28일 법사위에서 원래 합의안과 달리 '검 · 경 수사권의 자세한 내용은 법무부령이 아닌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는 절충안이 통과되자 '집단패닉' 상태에 빠졌다.

◆실무라인 줄 사의… 검찰의 집단행동

'줄사표'의 시작은 홍만표 검사장이었다. 홍 검사장은 검찰 내부 통신망에 "정치권과는 냉정하게,경찰과는 따뜻하게 관계를 유지해 주시길 바란다"는 글을 올리고 사표를 냈다. 그와 함께 수사권 조정안 실무를 담당해온 팀 소속 간부 3명도 뒤이어 사의를 표시했다. 최득신 대구지검 공판부장(45)도 통신망에 "조직을 못 지켜 후배들에게 미안하다"는 글을 올리고 사의를 밝혔다.

대검 중간간부 28명은 이날 긴급회의를 열고 국회 법사위 안 통과에 대해 "졸속 절차"라며 강도높게 비난했다. 일선 지검 · 지청 30곳 이상도 이날 평검사회의를 열어 국회의 절충안과 검찰 수뇌부의 미흡했던 대응을 성토했다.

◆대통령령과 법무부령 차이점은

대통령령과 법무부령 둘 다 시행령이라는 법적 효력은 동일하다. 다만 경찰이 원하는 대통령령은 경찰청이 속한 행정안전부 등의 합의 · 승인이 필요한 반면 검찰이 주장하는 법무부령은 법적으로는 법무부 장관이 최종 승인권자가 된다. 대통령령이냐 법무부령이냐에 따라 향후 검 · 경의 입장이 반영되는 정도는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검 · 경이 원만하게 합의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법무부 장관이 승인권자인 법무부령은 검찰 '홈그라운드' 놀이"라며 "행안부 소속인 경찰이 왜 검찰의 법무부령에 규율돼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법무부는 "사법권 독립을 위해 법무부령으로 정하는 것일 뿐"이라며 "앞서검 · 경이 자세한 사항은 합의해 법무부령으로 정하기로 하고 문건으로도 남겼는데 법무부 장관이 단독으로 법무부령을 검찰에 유리하게 할 수 있겠느냐"고 반박했다.

한편 검 · 경 수사권 조정 업무에서 경찰쪽 실무를 맡아 온 경찰청의 윤외출 수사구조개혁팀장(총경)이 이날 총경급 인사에서 수사원 운영지원 과장으로 전보됐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