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7개 부문 25개 업종별 온실가스 감축목표안을 내놨다. 이 감축목표는 오는 9월부터 추진하는 업체별 감축목표 설정에 적용되고 개별 기업들은 연내 감축 이행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계획대로라면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4년 최고치를 찍은 이후 점차 감소할 전망이다. 그러나 온실가스 감축이 발등의 불로 떨어진 산업계로서는 국제 경쟁력 상실로 이만저만한 걱정이 아니다.

특히 전산업분야 중에서 가장 높은 61.7% 감축이라는 거의 폭탄에 가까운 목표가 할당된 전기 · 전자산업의 경우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말도 안되는 결정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다른 분야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기업들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국제 동향이 매우 유동적으로 흐르고 있는 상황에서 왜 우리 정부만 서두르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 일색이다. 실제로 지금의 국제환경은 우리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결정했던 당시와 크게 달라졌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일본은 국제적으로 약속했던 2020년까지 1990년 대비 25%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아예 삭제하고 배출권 거래제 도입도 유보하는 등 당초 지구온난화 대책기본법안에서 크게 후퇴한 수정법안을 추진하는 중이다. 유럽도 경제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감축목표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미국은 물론 중국 인도 등 온실가스 감축에 소극적인 신흥국들을 감안하면 국제적 온실가스 논의구조에 중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한국정부만 우리가 선도한다는 식의 괴이한 명분론에 사로잡혀 있다. 온실가스 감축목표라는 것도 G20 서울정상회의를 의식해 무리하게 결정됐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게다가 정부는 2015년 배출권 거래제 도입도 고집하고 있다. 정부가 억지로 밀어붙이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 미국 일본도 도입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가 앞장서 나갔다가 엉망진창이 되고 만 국제회계기준(IFRS)의 재판이 될 가능성이 높다. 더 냉정히 말하자면 이산화탄소가 지구온난화의 주범인지조차 아직까지 논란이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