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Story] 지경부 여직원 "저 대신 세종시 가실 분?"
요즘 지식경제부 공무원들 사이에서 화제의 인물은 최훈정 기자실장이다. 기자실장은 출입 기자들의 취재 · 행정 편의를 돕는 직책이다. 지난 16년 내내 지경부 기자실을 지켜온 최 실장은 7월4일자로 경기도 과천시청으로 자리를 옮긴다.

정부 중앙부처에서 지방자치단체로 옮겨가는 것이 무슨 얘깃거리냐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지경부 공무원들 중 상당수가 2014년 '세종시 이전'을 앞두고 서울 또는 과천에 남아 있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는 상황에서 최 실장이 어떻게 해서 과천에 그대로 남을 수 있게 됐는지에 대해 공무원들의 관심이 대단하다.

최 실장이 이번에 자리를 옮길 수 있게 된 것은 행정안전부가 운영하는 인사 관련 인터넷사이트인 '나라일터'를 활용한 덕분이다. 나라일터는 행안부가 2008년 개설한 공공부문의 '인력시장'이다. 용도는 두 가지다. 일반인에게 공직채용 정보를 제공하고,부처 간 인사 교류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부처 간 인사교류 시스템은 단순하다. 다른 부처로 옮겨가고 싶은 공무원은 자신의 직급과 하는 일 등을 게시판에 올린 뒤 '맞교환'이 가능한 다른 공무원을 찾아 행안부에 알리면 된다. 행안부는 이 사실을 해당 부처에 통보하고,각 부처는 인사교류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 여건만 맞다면 여러 명이 한꺼번에 자리를 옮기는 다자 간 교류도 가능하다. 4급 이하 일반직 공무원들이 대상이다.

8급 일반직 공무원인 최 실장이 '나라일터'에 자신의 이름을 올린 것은 이달 초 '세종시 이주 희망공무원 인사교류란'코너가 나라일터 사이트에 생겼기 때문이다. 행안부는 세종시 이주를 앞두고 인사 교류를 희망하는 공무원들이 매우 많아 이 코너를 만들어 부부 · 맞벌이 공무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나라일터 운영을 맡고 있는 최윤주 행안부 심사임용과 주무관은 "한 달에 두 번가량 인사 교류가 이뤄지도록 해놓았다"고 설명했다.

최 실장은 과천에 남기 위해 곧바로 신청했고,때마침 지경부에 남편이 근무하는 과천시청 여성공무원이 세종시로 가겠다며 자신의 인사 정보를 올려 놓아 교류가 이뤄지게 됐다. 세종시 이주 희망공무원 인사교류 '1호'가 된 최 실장은 "설마 하는 마음에 신청을 했는데 때마침 지경부로 오고 싶어하는 사람을 찾았다"며 "집과 가까운 곳에서 계속 일을 할 수 있게 돼 너무 좋다"고 말했다.

행안부는 이달 초 개설한 세종시 공무원 인사교류 게시판에 28일 오후 2시 현재 832건이 올라와 있다고 설명했다. 이 중 4명의 인사 교류가 성사됐고,또 다른 4명은 '짝'을 찾아 해당 부처의 최종 통보를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나라일터를 개설한 2008년 이후 공무원 인사교류 인원은 빠르게 늘고 있다. 2008년 189명으로 시작해 세종시 이전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진 2009년엔 428명,지난해에는 553명으로 불어났다. 사이트 방문자 수는 지난해 하루 평균 3만2000명에서 올해는 4만2000명으로 1만명가량 늘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