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은 100세 인생의 밑천이다. 건강없이 장수없으며 행복한 노후 역시 없다. 이제 영양과 의술의 발달로 불의의 사고나 치명적 질환에 걸리지만 않는다면 보통 사람도 100세를 충분히 살 수 있는 시대가 됐다. 100세 이상 고령자는 지난해 말 현재 1836명으로 5년 전에 비해 91%나 늘었다. 평균 수명 역시 80세를 넘어섰다. 하지만 일에 몰두하다,가정의 경제생활을 책임지다보니 정작 자신의 건강을 챙기지 못해 행복한 노후를 맞지 못하는 사람도 적잖은 실정이다.

◆노년층 의료비 증가 급증

한국은 고령사회(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14% 이상)에 진입하기도 전에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의료비 증가 속도가 65세 이상 노인 인구 증가 속도를 훨씬 웃돌고 있는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분석결과 2007년 국내 의료비와 약값은 2002년에 비해 각각 9.3%,9.7%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내총생산(GDP)과 노인인구 증가율 4.3%와 5.0%보다 2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또 올해 1분기 건강보험 가입자 중 노인인구는 10.2%지만 노인 진료비 액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31.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젊을 때 건강에 신경쓰지 않은 결과 노년에 의료비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노년층의 의료비 증가는 건강보험재정에도 큰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 건보 관계자는 "건보가 지난해에도 1조원 넘게 적자를 냈는데 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되는 2018년께면 적자 폭이 예상 외로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생활습관이 유전 환경보다 중요

건강을 좌우하는 3대 요소는 유전,환경,생활습관이다. 그러나 한국인은 유전과 생활습관의 비중을 턱없이 낮게 잡고 음식의 비중을 높게 생각하는 관념에 강하게 사로잡혀 있다. 대표적인 게 녹용 웅담 해구신을 맹신하는 한국인의 보양문화다. 성인병이나 암과 같은 만성질환에 걸리지 않으려면 소식,규칙적 운동,금연과 절주 등 기본적인 생활습관부터 실천해야 한다. 박진호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거미 물고기 생쥐 원숭이 등에서 광범위하게 이뤄진 실험결과 소식은 수명을 30~50% 연장하는 것으로 입증됐다"고 말했다.

규칙적인 운동은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체지방 및 콜레스테롤 증가를 억제한다.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을 병행하되 노화방지를 위해서라면 한꺼번에 한 시간 이상 하는 것은 지양하고 식사 후 1시간이 지난 뒤에 하는 게 좋다.

100세 노인 183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평생 술을 마신 적이 전혀 없다는 응답이 69.8%로 나타났다. 남자도 42.7%에 달했다. 담배는 71.1%가 피운 적이 없고 현재 흡연을 하고 있는 비중은 3.6%에 불과했다. 그만큼 음주와 흡연은 수명을 단축하는 적이다. 특히 남성에서 그렇다.

균형잡힌 영양섭취가 뒷받침돼야 한다. 100세 노인들은 장수 비결을 묻는 질문(복수 응답)에 54.4%가 '절제된 식생활'을 꼽았다. 좋아하는 식품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복수 응답)에는 채소류가 67.5%로 가장 많았고 이어 육류 47.2%,어패류 32.8%,콩제품 30.1% 순이었다.

◆노년층일수록 정기검진 필요

국민건강보험공단 집계결과 65~74세 노인은 고혈압,뇌혈관질환,관절염,당뇨병,심장질환 순으로 진료비가 많이 지출됐으나 74세를 넘기면 뇌혈관질환,고혈압,치매로 그 순서가 바뀌었다. 고혈압과 뇌심혈관질환은 싱겁게 먹고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식생활로,관절염은 무릎에 부담을 주지 않는 자세와 적절한 운동 및 체중감량으로 적극 대처해야 한다.

암과 숨겨진 질환의 조기발견을 위해서는 정기적이면서 자신의 건강상태를 반영한 맞춤검진이 요구된다. 배철영 차움 노화연구소장은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등 3대 질환이 전체 사망요인의 47.8%를 차지하기 때문에 첨단진단기기로 건강검진에 나서야 한다"면서 "뚜렷한 병명은 없으나 웬지 아프고 건강하지도 않은 미병(未病)상태는 잘못된 생활습관이 원인의 70%를 차지하므로 체중감량 식사요법 해독요법 스파 · 요가 스트레스관리로 대처하면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다음으로는 전립선비대증,갱년기증후군,주름 등 피부질환,노안 등 안과질환,잇몸병 등 치과질환,천식 등 호흡기질환,낙상 및 교통사고 등에 대비하는 게 요구된다. 100세 장수시대에는 사소한 질환조차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간주되므로 약물요법 · 수술 · 호르몬치료 등으로 적극 대처할 필요가 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