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 유럽연합(EU) FTA가 발효돼 영국계 로펌들이 하나둘씩 한국 진출을 선언하자 미국 로펌들도 바빠지는 눈치다. 사실상 한 · 미 FTA 비준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지만 이들은 "비준만 되면 당장 들어갈 수 있다"고 자신하는 모습이다.

대표적인 곳은 클리어리 가틀립.모두 17명의 한국계 변호사들이 홍콩 사무소에 소속돼 있는 이 로펌 측은 "한 · 미 FTA가 비준되기만 하면 언제든 들어갈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홍콩 사무소뿐 아니라 뉴욕 지사에도 20명 남짓한 한국계 변호사들이 있다. 이 로펌의 한진덕 파트너 변호사는 "진출이 확정되면 8~9명가량이 서울 사무소로 옮길 예정"이라고 밝혔다.

클리어리는 몇 년 전부터 여러 한국 기업의 M&A 자문과 해외 증권 발행,증시 상장 등을 담당해 왔다. 현재 뉴욕 증권시장에 상장돼 있는 한국 기업 중 6개(포스코,KT,LGD,KB금융지주,우리금융)가 클리어리의 작품이다. 1997년 외환위기 때는 한국 채권단 측의 법률 대리인을 맡아 대표 변호사 마크워커가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서울 사무소 진출 1호'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는 로펌도 있다. 바로 폴 해스팅스.김새진 폴 해스팅스 파트너 변호사는 "6~7년 전부터 한국 진출을 준비해왔다"며 "진출이 가능해지면 홍콩 사무소에 있는 8명의 한국계 변호사 모두 서울로 옮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폴 해스팅스는 최근 롯데쇼핑의 1억원어치 해외 전환사채(CB) 발행,한화그룹의 중국 회사 인수 등 굵직한 한국 기업의 국제 업무를 담당했다. 김 변호사는 "한국에 진출하면 M&A 자문뿐 아니라 기업공개(IPO),주식 상장 등 지금까지 해 왔던 한국 기업 업무를 좀 더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뿐만 아니라 블룸버그가 뽑은 올해 1분기 국내 M&A 법률 자문 순위(거래 총액 기준)에서 4위를 기록한 심슨대처앤바트렛도 한국 진출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새진 변호사는 "솔직히 말하면 한 · EU FTA 체결을 보고 정말 부러웠다"며 "한 · 미 FTA가 비준되기를 기다리면서 서울 사무소도 틈틈이 알아보고 있다"고 털어놨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