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시장 내달 개방] "영미계 로펌, 금요일 오후 일 맡겨도 월요일 아침까지 결과물 보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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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커 & 맥킨지 윤형석 변호사가 경험한 日의 법률시장 개방
서비스 마인드 따라가기 힘들어, 기업 상대하는 한국변호사들 처음엔 굉장히 힘들 것
서비스 마인드 따라가기 힘들어, 기업 상대하는 한국변호사들 처음엔 굉장히 힘들 것
"기업고객 상대하는 한국 변호사들,지금보다 훨씬 고달파질 겁니다. "
글로벌 로펌 베이커&맥킨지 일본 지사에서 변호사 육성과 지식관리 책임자로 일하고 있는 윤형석 미국 변호사(사진)는 사견임을 전제로 한국의 법률시장 개방이 국내 변호사 업계,특히 기업을 상대로 하는 변호사들에게 적지 않은 변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 변호사가 지적하는 가장 큰 변화는 철저한 서비스 정신으로 무장한 외국 로펌들을 경험하면 법률 서비스에 대한 고객들의 기대치가 높아질 것이라는 점.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본 로펌과 일하면 분통이 터진다는 얘기를 종종 들었다"고 했다.
예컨대 고객이 금요일 오후에 일을 맡기면 일본 변호사들은 "일 끝나는 대로 알려주겠다"라든가 기껏해야 "월요일부터 일에 착수하겠다"는 답변을 한다. 그런데 일본에 진출한 영미계 로펌은 주말 내내 일해서 월요일 아침에 출근하는 고객이 컴퓨터에서 그 결과물을 받아볼 수 있게 해준다는 것.지금은 일본 로펌도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휴대폰과 이메일로 거의 24시간 고객의 질문에 바로 대답해주는 외국 변호사의 서비스 정신을 따라가지는 못하고 있다.
또 일본 변호사들은 복잡한 법률분석으로 가득 찬 두꺼운 보고서는 잘 만들지만 "이 사업 해도 되나요?"와 같은 고객의 질문에 대해서는 위험을 떠안기 싫어서 우물쭈물 답을 피하거나 "안 된다" 는 조언을 주로 한다. 하지만 외국 로펌들은 우선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해서 '일이 되도록' 법률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국 로펌은 예전의 일본 로펌에 비해서는 서비스가 괜찮다는 평이다. 하지만 법조인의 특권적인 지위가 최근까지 지속돼 고객 서비스 마인드가 영미보다 떨어진다는 점에서 일본과 공통점이 있다. 법률시장이 개방되면 소비자,특히 한국 기업들은 외국 로펌으로부터 이런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기회가 많아지고 한국 로펌들도 결국 달라진 고객의 입맛에 맞출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내 기업들과 관련한 국내 로펌들의 일감도 외국 로펌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점쳐진다. 특히 국내 기업이 해외에 공장을 건설하거나 투자를 하는 아웃바운드와 관련한 법률 서비스 분야는 상당한 잠식이 예상된다. 일본과 달리 한국은 내수시장이 작고 해외 비중이 높은 산업 구조의 원인도 크다.
"외국 로펌이 한국에 오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지금도 홍콩이나 일본에서 한국 일을 할 수 있지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여기까지 왔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겁니다. 삼성이나 LG 같은 글로벌 기업들에게 '전화 한 통이면 30분 만에 달려갈 수 있다'고 어필하기 위해서입니다. " 외국 로펌들이 지사를 서울에 둠으로써 고객과의 소통 거리를 물리적 거리 이상으로 가깝게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윤 변호사에 따르면 일본에 진출한 외국 로펌은 크게 두 종류로 분류할 수 있다. 첫 번째 부류는 폴 와이즈나 스캐든 압스와 같이 단독으로 사무실을 운영하는 로펌들이다. 이런 로펌들은 조그만 규모의 사무실을 운영하면서 신문에 날 만큼 비중있는 일이나 전문 분야에 집중해서 높은 수임료를 받는다.
예컨대 해외 투자자가 일본의 대기업을 인수하거나 일본기업이 뉴욕 또는 런던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법률적으로 조언하는 일을 한다. 두 번째 부류는 모리슨 포리스터와 같이 국내 로펌과의 합병 등을 통해 국내 변호사를 많이 고용하면서 좀 더 현지화에 주력하고 다양한 분야를 다루는 로펌들이다. 이런 로펌들은 미국,영국보다 낮은 일본의 수임료를 감안해서 국내 로펌에 가깝게 수임료를 조정하곤 한다. 한국에서도 법률시장이 개방된 후에 이와 비슷한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윤 변호사는 국내에서 대학을 마친 뒤 미국 밴더빌트대 로스쿨에 진학해 뉴욕주 변호사 자격증을 땄으며,이후 줄곧 외국 로펌에서 일했다. 2002~2005년 셔먼 앤 스털링(뉴욕),2005~2007년 폴 와이즈(동경)를 거쳐 현재 베이커&맥킨지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외국 로펌에서 일하는 것이 꽤 매력적인 일이라고 한다. 예컨대 국내에서 고용되더라도 글로벌 파트너가 되는 등 국제적인 변호사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이다. "일단 임원이 되면 매년 파리나 뉴욕과 같은 곳에서 전 세계 파트너들이 참여하는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도 있고,일반 변호사들도 회사가 제공하는 국내외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해 전 세계의 우수한 변호사들과 함께 새로운 법률지식을 배울 수도 있습니다. "
윤 변호사는 한국 변호사들의 경우 영어 구사 능력이나 적극성 면에서 일본 변호사들보다 뛰어난 만큼 시장 개방에 잘 적응할 경우 새로운 성장의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
글로벌 로펌 베이커&맥킨지 일본 지사에서 변호사 육성과 지식관리 책임자로 일하고 있는 윤형석 미국 변호사(사진)는 사견임을 전제로 한국의 법률시장 개방이 국내 변호사 업계,특히 기업을 상대로 하는 변호사들에게 적지 않은 변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 변호사가 지적하는 가장 큰 변화는 철저한 서비스 정신으로 무장한 외국 로펌들을 경험하면 법률 서비스에 대한 고객들의 기대치가 높아질 것이라는 점.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본 로펌과 일하면 분통이 터진다는 얘기를 종종 들었다"고 했다.
예컨대 고객이 금요일 오후에 일을 맡기면 일본 변호사들은 "일 끝나는 대로 알려주겠다"라든가 기껏해야 "월요일부터 일에 착수하겠다"는 답변을 한다. 그런데 일본에 진출한 영미계 로펌은 주말 내내 일해서 월요일 아침에 출근하는 고객이 컴퓨터에서 그 결과물을 받아볼 수 있게 해준다는 것.지금은 일본 로펌도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휴대폰과 이메일로 거의 24시간 고객의 질문에 바로 대답해주는 외국 변호사의 서비스 정신을 따라가지는 못하고 있다.
또 일본 변호사들은 복잡한 법률분석으로 가득 찬 두꺼운 보고서는 잘 만들지만 "이 사업 해도 되나요?"와 같은 고객의 질문에 대해서는 위험을 떠안기 싫어서 우물쭈물 답을 피하거나 "안 된다" 는 조언을 주로 한다. 하지만 외국 로펌들은 우선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해서 '일이 되도록' 법률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국 로펌은 예전의 일본 로펌에 비해서는 서비스가 괜찮다는 평이다. 하지만 법조인의 특권적인 지위가 최근까지 지속돼 고객 서비스 마인드가 영미보다 떨어진다는 점에서 일본과 공통점이 있다. 법률시장이 개방되면 소비자,특히 한국 기업들은 외국 로펌으로부터 이런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기회가 많아지고 한국 로펌들도 결국 달라진 고객의 입맛에 맞출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내 기업들과 관련한 국내 로펌들의 일감도 외국 로펌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점쳐진다. 특히 국내 기업이 해외에 공장을 건설하거나 투자를 하는 아웃바운드와 관련한 법률 서비스 분야는 상당한 잠식이 예상된다. 일본과 달리 한국은 내수시장이 작고 해외 비중이 높은 산업 구조의 원인도 크다.
"외국 로펌이 한국에 오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지금도 홍콩이나 일본에서 한국 일을 할 수 있지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여기까지 왔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겁니다. 삼성이나 LG 같은 글로벌 기업들에게 '전화 한 통이면 30분 만에 달려갈 수 있다'고 어필하기 위해서입니다. " 외국 로펌들이 지사를 서울에 둠으로써 고객과의 소통 거리를 물리적 거리 이상으로 가깝게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윤 변호사에 따르면 일본에 진출한 외국 로펌은 크게 두 종류로 분류할 수 있다. 첫 번째 부류는 폴 와이즈나 스캐든 압스와 같이 단독으로 사무실을 운영하는 로펌들이다. 이런 로펌들은 조그만 규모의 사무실을 운영하면서 신문에 날 만큼 비중있는 일이나 전문 분야에 집중해서 높은 수임료를 받는다.
예컨대 해외 투자자가 일본의 대기업을 인수하거나 일본기업이 뉴욕 또는 런던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법률적으로 조언하는 일을 한다. 두 번째 부류는 모리슨 포리스터와 같이 국내 로펌과의 합병 등을 통해 국내 변호사를 많이 고용하면서 좀 더 현지화에 주력하고 다양한 분야를 다루는 로펌들이다. 이런 로펌들은 미국,영국보다 낮은 일본의 수임료를 감안해서 국내 로펌에 가깝게 수임료를 조정하곤 한다. 한국에서도 법률시장이 개방된 후에 이와 비슷한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윤 변호사는 국내에서 대학을 마친 뒤 미국 밴더빌트대 로스쿨에 진학해 뉴욕주 변호사 자격증을 땄으며,이후 줄곧 외국 로펌에서 일했다. 2002~2005년 셔먼 앤 스털링(뉴욕),2005~2007년 폴 와이즈(동경)를 거쳐 현재 베이커&맥킨지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외국 로펌에서 일하는 것이 꽤 매력적인 일이라고 한다. 예컨대 국내에서 고용되더라도 글로벌 파트너가 되는 등 국제적인 변호사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이다. "일단 임원이 되면 매년 파리나 뉴욕과 같은 곳에서 전 세계 파트너들이 참여하는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도 있고,일반 변호사들도 회사가 제공하는 국내외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해 전 세계의 우수한 변호사들과 함께 새로운 법률지식을 배울 수도 있습니다. "
윤 변호사는 한국 변호사들의 경우 영어 구사 능력이나 적극성 면에서 일본 변호사들보다 뛰어난 만큼 시장 개방에 잘 적응할 경우 새로운 성장의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